부동산
감정가 90% 안팎 수두룩 `고가낙찰 주의보`
입력 2015-06-16 17:11  | 수정 2015-06-16 19:36
입찰자들로 북적이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경매 법정. [김재훈 기자]
# "지금부터 낙찰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지난 9일 오전 11시 10분. 집행관의 안내가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경매21계 법정에 모인 150여 명의 입을 멈추게 했다. 집을 사러 딸과 함께 온 50대 부부, 30대 예비 부부, 20대 자매를 비롯해 임대를 놓을 목적으로 응찰한 70대 할아버지도 귀를 쫑긋 세우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취하(1건)·변경(3건)된 것을 제외하면 이날 경매가 진행된 것은 총 38건. 이 중 17건이 새 주인을 찾았다.
임야·근린상가·대지도 나왔지만 역시 눈길을 끈 건 최소 한 번은 유찰 경험을 겪은 주택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처음 나와서 낙찰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적어도 1~2번은 유찰됐던 주택이 인연을 찾는다"며 "유찰을 겪었어도 낙찰가는 처음 감정가에 육박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차분하게 진행되던 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한 것은 종로 평창동 빌라 차례. 이전까지는 1~2명의 응찰자들이 나왔지만 이번엔 일곱 명이 몰렸다. 한 번 유찰됐던 이 빌라(건물면적 50㎡)는 최초 감정가의 94.5%인 2억3630만원에 낙찰됐다. 70대 노부부는 "용돈벌이를 위해 사서 임대를 놓으려 했는데 우리가 낸 응찰가는 4위 정도 한 것 같다"며 아쉬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뭐 이렇게 자잘한 물건만 있어"라며 맨 뒤에 앉아 계산기를 두드리는 대출 홍보직원의 심드렁한 반응과 다르게 사람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상대보다 높은 가격을 써야 물건을 얻을 수 있는 경매의 특성상 정말로 1원까지 적어내기도 한다. 종로구 홍파동 빌라(건물면적 57㎡)는 최초 감정가의 103.4%인 2억1399만9001원에 낙찰됐다.
낙찰된 물건 중에선 처음 감정가의 90%에 육박하는 경우가 17건 중 9건이나 됐다. 연신 손부채질을 하던 30대 남성 최 모씨는 "재테크 목적으로 경매를 찾는데 낙찰가가 감정가 수준이라 차라리 급매가 낫지 싶다"고 했다. 가장 많은 응찰자(13명)가 몰린 관악구 신림동 오피스텔(건물면적 27㎡)은 최초 감정가의 89.4%인 1억4300만원에 낙찰됐다. 주택 중 가장 비싼 중구 신당동 근린주택(건물면적 564㎡)은 7명이 몰린 끝에 최초 감정가의 100.5%인 16억4128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업계가 비수기(5~8월)라고 하는 5월 이후에도 경매 열기가 이어지지만 공급이 줄어 입찰 경쟁은 만만치 않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경매(주거시설, 업무·상업시설, 토지, 공업시설) 진행건수는 1만1426건, 낙찰건수는 4447건으로 집계를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감정가 대비 낙찰가를 의미하는 낙찰가율은 73.2%로 2008년 7월(75.2%) 이후 8년10개월 만에 최고치다. 평균 응찰자도 4.2명으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 물건이 줄어든 것은 저금리 기조로 부동산 담보 대출 이자 부담이 낮아져 일반 거래가 활기를 띠는 데 따른 반작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강은현 대표는 "최초 감정가의 90% 이상으로 낙찰받으면 굳이 경매를 택한 실익이 없는 셈"이라며 "주로 40대 이상이 투자 목적으로 찾던 경매에 20·30대와 전세난에 떠밀린 실수요자들도 가세해 경쟁하는 만큼 고가 낙찰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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