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7일 오후 본회의를 소집해 단독으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를 시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새누리당이 인준안 단독처리 불사 방침을 천명한 데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 표결 불참을 경고하며 반발함에 따라 결국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직권상정 권한을 쥐고 있는 정의화 의장의 결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도 이날 총리실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회가 총리 인준을 하지 않고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국회의 황 후보자 인준처리 지연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국회를 압박했다.
새누리당 조해진·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만나 황 후보자 인준안 처리 일정에 대해 협상을 이어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오는 17일 오전 다시 회동을 갖기로 했다.
새정치연합이 대정부질문을 위한 본회의가 예정된 18일 전 ‘절대 불가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황 후보자의 사과와 의혹에 대한 해명, 재발방지를 위한 3개 관련법 개정 약속이 전제되면 처리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밝혔으나 새누리당은 이에 부정적인 분위기여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17일 오후 단독 본회의 개최를 염두에 두고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한 당내 ‘출석 체크에 들어갔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 중 야당을 최대한 설득하되 늦어도 17일에는 반드시 총리인준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야당이 끝까지 거부하면 국회의장을 설득해 내일 여당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오늘까지 야당이 거부하면 내일 의장에게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자고 할 것”이라며 의장도 내일 오후에 안하고 더 연기시킬 명분이 없다”고 했다.
조해진 원내수석도 전임 이완구 총리 후보자 때도 야당은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인준에 반대했으나 결과적으로 본회의 표결에 참여해 반대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며 모레부터 시작하는 대정부질문에서 내실 있는 답변을 준비하도록 오늘, 내일 남은 기간에 총리인준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황 후보자의 부실·늑장 자료 제출로 인해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며 ‘부적격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당 단독으로 본회의가 소집되면 불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함께 협상하면서 해나가야 하는데 그렇게 으름장을 놓는 것은 옳지 못하다.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얼렁뚱땅 임명동의안을 해치우려 한다면 임기 내내 ‘메르스 총리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라면서 우리 당이 요구하는 조건이 충족되면 본회의 기일을 잡아줄 수 있지만 안 되면 못 잡아준다는 입장 그대로”라고 확인했다.
새정치연합은 그러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정국에서 인준안 처리를 마냥 늦추는 데 대한 부담감을 감안, 강경파 입장도 고려하되 재발방지를 위한 관련법 처리를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협상의 여지를 두려는 속내도 읽혀진다.
이처럼 여야가 인준안 처리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 의장은 오는 17일 여야 지도부를 한차례 더 불러 합의를 종용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실 관계자는 정 의장은 자신의 결단이 인준안 처리의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오늘 오후 여야 협상을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 내 일각에서는 오는 17일 인준안 단독 처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데다 황 후보자가 이튿날부터 총리 자격으로 대정부 질문에 출석할 경우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