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돌아온 경매인기 “낙찰가·감정가 별 차이 없네요”
입력 2015-06-16 17:06 

# 지금부터 낙찰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지난 9일 오전 11시 10분. 집행관의 안내가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경매21계 법정에 모인 150여명의 입을 멈추게 했다. 집을 사러 딸과 함께 온 50대 부부, 30대 예비 부부, 20대 자매를 비롯해 임대를 놓을 목적으로 응찰한 70대 할아버지도 귀를 쫑긋 세우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취하(1건)· 변경(3건)된 것을 제외하면 이 날 경매가 진행된 것은 총 38건. 이 중 17건이 새 주인을 찾았다.
임야·근린상가·대지도 나왔지만 역시 눈길을 끈 건 최소 한 번은 유찰 경험을 겪은 주택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처음 나와서 낙찰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적어도 1~2번은 유찰됐던 주택이 인연을 찾는다”며 유찰을 겪었어도 낙찰가는 처음 감정가에 육박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차분하게 진행되던 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한 것은 종로 평창동 빌라 차례. 이전까지는 1~2명의 응찰자들이 나왔지만 이 번엔 일곱 명이 몰렸다. 한 번 유찰됐던 이 빌라(건물면적 50㎡)는 최초 감정가의 94.5%인 2억 3630만원에 낙찰됐다. 70대 노부부는 용돈벌이를 위해 사서 임대를 놓으려 했는데 우리가 낸 응찰가는 4위 정도한 것 같다”며 아쉬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뭐 이렇게 자잘한 물건만 있어”라며 맨 뒤에 앉아 계산기를 두드리는 대출 홍보직원의 심드렁한 반응과 다르게 사람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상대보다 높은 가격을 써야 물건을 얻을 수 있는 경매의 특성상 정말로 1원까지 적어내기도 한다. 종로구 홍파동 빌라(건물면적 57㎡)는 최초 감정가의 103.4%인 2억 1399만 9001원에 낙찰됐다.

낙찰된 물건 중에선 처음 감정가의 90%에 육박하는 경우가 17건 중 9건이나 됐다. 연신 손 부채질을 하던 30대 남성 최 모씨는 재테크 목적으로 경매를 찾는데 낙찰가가 감정가 수준이라 차라리 급매가 낫지 싶다”고 했다. 가장 많은 응찰자(13명)가 몰린 관악구 신림동 오피스텔(건물면적 27㎡)은 최초 감정가의 89.4%인 1억 4300만원에 낙찰됐다. 주택 중 가장 비싼 중구 신당동 근린주택(건물면적 564㎡)은 7명이 몰린 끝에 최초 감정가의 100.5%인 16억 4128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업계가 비수기(5월~8월)라고 하는 5월 이후에도 경매 열기가 이어지지만 공급이 줄어 입찰 경쟁은 만만치 않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달 전국 경매(주거시설, 업무·상업시설, 토지, 공업시설)결과 진행건수는 1만 1426건, 낙찰건수는 4447건으로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감정가 대비 낙찰가를 의미하는 낙찰가율은 73.2%로 지난 2008년 7월(75.2%) 이후 8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평균 응찰자도 4.2명으로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 물건이 줄어든 것은 저금리 기조로 부동산 담보 대출 이자 부담이 낮아져 일반 거래가 활기를 띄는 데 따른 반작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강은현 대표는 최초 감정가의 90%이상으로 낙찰받으면 굳이 경매를 택한 실익이 없는 셈”이라며 주로 40대 이상이 투자 목적으로 찾던 경매에 20~30대와 전세난에 떠밀린 실수요자들도 가세해 경쟁하는 만큼 고가 낙찰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