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6월 11일(14:1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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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윤용암, 주진형, 최희문 등 삼성그룹 출신 주요 금융인들이 여의도 자본시장에 변화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고객만족 최우선 서비스 철학 △철저한 성과 중심 인센티브 △폭넓은 해외네트워크 활용 등으로 자본시장의 신뢰회복과 경쟁력 강화를 꾀한다는 측면에서 '삼성발(發) 혁신'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가 전반의 성장성 둔화 속에 투자자 불신까지 겹쳐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하는 국내 자본시장이 삼성발 혁신으로 살아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 출신 자본시장 최고경영자(CEO)들의 새바람은 지난 1~2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과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의 취임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두 사람 모두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으로 그룹의 핵심 DNA를 가진 인물들로 평가된다.
이들이 취임 후 가장 강조한 것은 저금리 시대 수수료 중심의 기존 증권사 영업관행에서의 '탈피'였다. 고객 수익률 중심의 포트폴리오 자산관리 영업과 해외펀드 과세 체계 개편 등을 주요 해법으로 제시했다.
윤 사장은 지난 3월 취임 후 가진 첫 공식 간담회에서 '고객수익률 중심의 직원평가보상 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윤 사장은 "현재 증권업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고객 신뢰의 위기"라며 "영업직 핵심성과지표(KPI)에 고객수익률 관련 항목을 거의 절반 수준까지 반영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고객수익률 중심 성과보상 판매시스템인 'POP UMA'는 올해 들어서만 1조원 넘는 자금을 모으며 구체적인 숫자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보다 앞서 '고객과의 신뢰회복'을 외치며 파격 행보를 이어간 것은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이다. 주 사장은 황 회장이 삼성증권 사장 재임 시절 삼성증권 전략기획 담당 임원을 맡았었다. 그는 2013년 8월 한화증권 사장 취임 이후 '증권사 영업직원들의 잦은 주식 회전이 고객 수익률을 떨어뜨린다'는 보고서를 공개하고, 장기투자 문화 정착을 위해 레버리지 펀드의 신규판매를 중단시켰다. 최근에는 직원평가보상 제도를 고객보호 기준으로 개편하고 그 내용을 업계 최초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철저한 성과 중심 인센티브 지급을 통한 직원들의 자발적인 업무 몰입도 향상도 삼성 출신 CEO들의 대표적인 혁신 비법이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은 증권업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었던 지난해 영업직군 인력을 100명 이상 늘리고, 성과에 따라 수익의 절반을 인센티브로 돌려주는 '신 임금체계'를 도입했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성과인센티브(OPI·옛 PS)를 차용한 것. 성과에 대한 보상 문화가 정착되며 외부에서 경쟁력 있는 영업 직원들이 대거 유입됐고, 그 결과 리테일 부문 실적이 7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삼성 출신들의 강점이다. 황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샤오강 주석과 만나 중국본토펀드 이중과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윤 사장은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고 중국 브로커리지 1위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밖에 삼성생명 부사장 출신인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사장은 인도 최대 자산운용사 릴라이언스캐피탈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고,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출신인 임춘수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은 해외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한국증권 리서치와 영업력을 업계 선두자리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