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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우선株` 25% 보유 3개 외국운용사 "우선주 별도 주총을"
입력 2015-06-12 15:52  | 수정 2015-06-12 23:41
삼성물산 우선주가 제일모직과 합병 과정에 복병으로 부상했다. 우선주 약 25%를 보유한 해외 투자기관 3곳이 연대해 이번 합병 과정의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은 조만간 우선주 주주들을 위한 별도 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는 것은 물론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다.
1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가치투자 전문기관인 와이스애셋매니지먼트와 뉴욕 소재 헤지펀드 D사, 캘리포니아 소재 가치투자 기관 H사가 연대해 삼성물산 측에 '종류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이 우선주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데도 의견을 묻는 절차 없이 합병을 강행하는 것은 상법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외국 투자기관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우선주 주식 수가 3분의 1로 줄어 거래량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매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비율은 1대0.35로, 현재 465만주인 우선주(시가총액 2087억원)는 163만주로 급감하게 된다. 합병 전 삼성물산 우선주는 보통주를 포함한 전체 발행 주식의 2.89% 비중인데, 합병 이후에는 0.85%로 낮아진다.
상법 제436조에 따르면 합병, 주식분할, 주식교환 등으로 종류주(우선주) 주주에게 손해를 끼칠 경우 별도 주총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아울러 제일모직이 발행할 신주우선주의 가격산출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일모직은 현재 우선주가 전혀 없어 신주우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우선주와 합병할 예정이다. 제일모직 신주우선주 가격은 보통주보다 37.6% 낮게 책정됐다. 이는 삼성물산 보통주와 우선주의 시장괴리율을 그대로 적용해 책정한 가격이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시행령(제176조 5)에선 상장주식과 비상장주식이 합병할 경우 비상장주식 가치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산술평균해 산출한다고 돼 있다. 즉 상장주식인 삼성물산 우선주와 향후 발행 예정인 제일모직 우선주(비상장)의 합병 역시 이런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게 이들 기관 입장이다.
이들의 요구로 우선주 주총이 개최돼 합병 승인 안건이 부결될 경우 향후 합병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보통주 합병 안건 통과만으로 회사 합병을 강행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후 합병 비율 등은 재산정해야 하는 등 삼성그룹 입장에선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만 이들 외국 기관 주장대로 별도 우선주 주총이 개최돼야 하는지를 놓고선 의견이 분분하다. 별도 주총 개최를 위한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법원에서 이번 합병이 우선주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다고 결론 낼지도 미지수다. 제일모직도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합병으로 삼성물산 우선주 주주들이 손해를 입을 염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돼, 별도 우선주 주총 결의를 요구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역대 합병 사례를 살펴보면 회사별로 진행 방식에 차이가 컸다. 2005년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의 퍼시픽글라스 흡수합병 당시 별도 우선주 주총이 개최됐지만, 2011년 진로와 하이트맥주 합병 때는 우선주 주총이 열리지 않았다.
한편 삼성물산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폐지하기로 했다. 원주 기준으로 27만주(0.17%)이다. 이번 합병에서 삼성물산은 소멸법인이기 때문에 런던거래소에선 삼성물산 DR 거래정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은 DR를 상장폐지해야 한다.
삼성물산은 런던거래소 결정에 앞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거래 물량도 많지 않았던 터라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 선제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향후 분쟁 중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영국에서 소송할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DR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물산 측은 이에 대해 "DR 상장 폐지는 해외 소송 진행 여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레이더M(RaytheM.kr) 보도
[오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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