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억원에 사들인 회사를 8개월 후 상장시키니 3조원 짜리 회사가 됐다. 무려 545배 가치가 뛰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어난 일이다. 미국 신약개발사인 악소반트 사이언스는 이날 기업공개를 통해 3억1500만달러(3500억원) 조달에 성공했다. 악소반트의 주당 가격은 29.9달러로 전체 시가총액은 28억7000만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 불과 8개월만해도 이 회사의 가치는 500만달러(55억원)에 불과했다.
이같은 마법같은 투자가 가능했던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미국 바이오테크 시장의 버블때문이다. 2015년 들어서만 22개의 기업공개(IPO)에 17억달러(약1조9000억원)의 돈이 몰렸다. 많은 바이오 상장사들이 상장하자마자 공모가대비 주가가 2배씩 뛰었다. 제약사간에는 조단위의 초대형 인수합병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두번째는 악소반트가 알츠하이머병(치매)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환자 숫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제알츠하이머학회에 따르면 2013년 전세계 치매환자 수는 4400만명이며 2050년까지 1억35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시장의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본 것이다.
이번 투자로 악소반트의 최고경영자(CEO)인 비벡 라마스와니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생물학과 출신으로 헤지펀드에서 일했던 그는 불과 29세의 나이에 억만장자가 됐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진행중인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과정을 지난해 10월에 500만달러에 사들여 악소반트를 만들었다. 향후 개발이 성공해 시장에서 판매가 될 경우 로열티를 주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2017년말 까지 판매 허가를 위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요청을 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현재 악소반트의 기업가치가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먼저 임상시험 3상을 이제 막 시작하고있어 개발 성공까지는 갈길이 멀다. 또한 상품성이 뛰어난 신약이라면 GSK에서 팔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신약은 알츠하이머 진행 속도를 완화시키지만 완전히 치료하는 효과는 없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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