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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 여배우들, 어쩜 그렇게 한결같이 날씬하더라”
입력 2015-06-12 08:17  | 수정 2015-06-12 08:51
칸까지 초청됐던 ‘마돈나, 캐스팅 난항이었던 이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신수원 감독은 한결같이 날씬한 여배우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VIP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해림이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환자 미나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겪는 일들을 담고 있는 영화 ‘마돈나에서 자신이 생각했던 미나를 연기할 이가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 영화가 특수 분장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니 통통한 배우가 필요했거든요. 또 센 장면도 있으니 다들 망설이더라고요.”
결국 적은 예산의 영화임에도 오디션을 보기로 했다. 그 전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들과 이 작품 저 작품을 눈알이 빠지도록” 뒤졌다. 그러다 ‘유레카를 외쳤다. 뮤지컬과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권소현 배우를 보고 내 시나리오에서 튀어나온 듯했다”고 회상했다. 11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으로 칸에서 소개되긴 했지만, 국내에서는 이날 첫 공개됐다.
순수함과 타락한 이미지까지 공존하는 얼굴. 감독이 담아내고 싶던 영화 속 미나 역 권소현의 모습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분명 서영희다. 하지만 서영희가 연기한 해림이 길을 찾아 떠나게 하는 존재는 미나다.
극 중 통통한 스타일의 미나는 줄곧 놀림 받고, 항상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순수하고 순진했던 그녀는 이용당하고 버림받는다. 학생 때도 그랬고, 몇몇 회사에서, 또 사창가까지 흘러와서도 그렇다.

먹는 것과 입는 것에 집착하는 것으로 스스로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아픔을 이겨내는 미나. 겁탈당하고 임신까지 한 기구한 삶 속에서도 미나는 아이를 지우지 않는다. 원치 않던 아이를 낳고 돌과 함께 트렁크에 넣어 물속에 버렸던 해림과는 다르다.
두 여자가 소통하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은 ‘마돈나는 가슴 먹먹하게 다가온다. 불쾌한 기분을 들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 현실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민낯 일부가 담겼다. 결국 해림과 미나는 상위 2%가 지배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또 마지막에는 희망을 떠올리게 한다. 우연히 떠오른 감독의 아이디어라고 하는데 울컥 눈물이 흐를 정도다.
신 감독은 간담회에서 길거리 노숙 여자들을 많이 보면서 동정심과 동시에 공포감을 느꼈던 것 같다. ‘마돈나는 그 공포감에서 시작됐다”며 미나의 삶은 극단적이긴 하지만 멀리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며칠 전에도 포장마차에서 일하던 여자가 계단에서 아기를 낳고, 택배 상자에 싸서 엄마한테 보낸 사건이 있었다”고 한국의 또 다른 민낯을 떠올리게 했다.
지하철을 타고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실직한 중년 남성을 소재로 한 ‘순환선, 입시 지옥에 갇힌 학생 이야기를 담은 ‘명왕성으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스크린에 담아내 울림을 준 신 감독의 신작이 어떤 호응을 얻을지 관심이 쏠린다.
7월 2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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