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는 잃지 않는 투자의 핵심입니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자산을 지키면서 꾸준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투자할 종목을 찾기보다는 투자하지 말아야 할 기업을 가려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권경혁 써미트투자자문 대표(사진)는 금리 1% 시대의 투자해법으로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수익률만 좇는 투자로는 자산을 지킬 수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메릴린치 본사에서 리스크관리 총괄 임원(COO)으로 지낸 자타공인의 리스크관리 전문가인 권 대표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잃지 않는 투자의 비결을 풀어냈다.
권 대표의 목표 수익률은 연 15%. 주식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지는 대신 BBB+ 등급 회사채가 주는 금리보다 2배는 더 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써미트투자자문을 세운 이래로 그 목표는 꾸준히 지켜지고 있다. 회사의 3년간 수익률은 63.1%, 최근 1년 수익률은 27.5%로 같은기간 코스피 수익률을 각각 48.4%포인트, 22%포인트 앞질렀다.
올해는 시장에 훈풍이 돌면서 연초 이후 15.3%(8일 기준)의 수익률을 기록해 이 이미 연간 목표를 초과한 상태다.
권 대표는 수익률이 많고 적음보다 시장에 관계없이 꾸준한 수익을 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며 특정 시기에 수익률이 비슷하게 나오더라도 리스크관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수익의 질은 확연하게 갈린다”고 말했다. 장이 좋을 때 수익률이 높게 나타난 것을 보고 투자를 하면 시장이 꺾일 때 손실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
권 대표는 투자 종목을 선별하면서 5가지 리스크팩터를 활용한다. 국내 시장의 1700~1800개 상장사 가운데 다섯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기업은 400개 안팎이다. 그는 기업의 시가총액 대비 부채규모가 5개 팩터 가운데 하나”라며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시장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 가장 먼저 투자대상에 배제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 대표는 이 기준에 따라 기업들을 거르고 나면 중공업·조선·건설업·화학 등 파고가 큰 종목들은 시야에서 아예 사라진다”고 말했다. 400개로 추려진 기업은 운용팀의 탐방과 리서치, 토론을 통해 100개로 추려진다. 현재 써미트의 포트폴리오에 담긴 업체는 60~70개 수준이다.
진짜 리스크관리는 그 다음이다. 권 대표는 투자대상을 가려내는 과정보다 실제 투자과정에서의 규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개별 종목 비중을 대형주 2.5%, 중소형주 2%로 제한해 매니저의 시각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와 종목 분석 프로세스로도 알 수 없는 기업 자체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연 15% 수익률의 또 다른 비결은 현금 보유량에 있다. 이 회사는 코스닥 시장이 주춤했던 4월말 선제적으로 주식을 매도해 현금 보유량을 35%까지 늘렸다. 또 항상 자산의 10%는 현금으로 보유해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
종목 선정이나 운용방식은 얼핏 가치투자와도 공통분모가 있다. 하지만 권 대표는 가치투자와는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그는 종목에 대한 확신이 있더라도 장기간 보유하지 않고 목표수익·기간에 도달하거나 단기 급등하면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수익실현을 한다”며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꾸준한 수익을 내는 밑바탕이 된다”고 설명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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