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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한의 품격, 선수들 사이 ‘존경의 대상’
입력 2015-06-09 13:11 
LG 트윈스 투수 류제국이 외국인 타자 잭 한나한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시즌 개막 후 40일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당초 영입 이유였던 3루수 출전도 없었다. 러닝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몸이다. 게다가 몸값은 가장 높은 100만 달러. 이런 외국인 선수가 이토록 존경받을 수 있을까.
LG 트윈스의 외국인 타자 잭 한나한(35)에 대한 이야기다. 한나한은 LG 선수단 내에서 존경(Respect)의 대상이다. 메이저리그 베테랑 내야수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은 아니다. 그에게 느껴지는 품격과 아우라 때문이다.
한나한은 올 시즌 LG 유니폼을 입고 27경기에 나섰다. 1루수와 지명타자를 오가며 타율 3할2푼2리, 16타점 14득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 2개와 2루타 9개를 보탰다. 타격에서는 기대만큼의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수비에 있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 있다. 1루 수비는 가능한 상태이지만, 주포지션인 3루 수비는 가능한 상태가 아니다. 전반기까지 3루수 출전 가능성은 낮다. 메이저리그 수비 스페셜리스트라는 장점으로 뽑은 선수인데 아직 그 진가를 느껴보지 못했다.
그런데 LG 내 한나한에 대한 평가는 꽤 높다. 단순히 경기력 때문이 아니다. 한나한은 평소 생활과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있어서 존경을 받고 있다. 안타깝게도 팀 동료인 외국인 투수 루카스 하렐과 비교가 되면서 더 돋보인다.
한나한은 1군에 합류하기 전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생활했다. 당시 ‘사이버 용병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듣고 있을 때다. LG 코칭스태프의 평가는 어땠을까. LG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평가는 만점이었다”고 했다. 인성에 대한 높은 평가였다.
육성군 재활 담당을 맡고 있는 최정우 코치는 남미나 마이너리그 출신의 선수들과는 확실히 다른 최소한의 자존심과 품격을 갖고 있는 선수”라고 했고, 최동수 육성군 코치도 훈련 자세가 워낙 좋았다. 타격의 면이 넓은 선수다. 아무리 못해도 2할8푼 이상은 칠 선수”라고 극찬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존경을 받는 이유는 묵직함이다. 말수가 많은 편도 아니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에게는 아낌없이 조언을 해준다. 그라운드에서도 조용히 선수들을 격려하며 보이지 않게 챙긴다. 쉽게 흥분하거나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LG 선수들은 왜 메이저리그에서 인정을 받았던 선수인지 알 것 같다”고 했다.
백순길 LG 단장도 ‘매우 만족이었다. 백 단장은 이렇게 선수들 사이에서 존경을 받는 외국인 선수는 처음이다. 그동안 실력으로 인정을 받아도 인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선수는 극히 드물었다”며 한나한이 3루수까지 해주면 좋겠지만, 그 외적으로 잘해주고 있어서 지금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양상문 LG 감독도 한나한에 대해 조급한 마음이 없다. 양 감독은 당분간 한나한이 3루수로 나갈 일은 없다. 지금처럼 악화되는 것 없이 유지만 해줘도 다행이다”라고 밝혔다.
한나한은 지난 2006시즌부터 9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614경기를 뛰었다. 해외 생활은 한국이 처음이다. 낯선 환경과 문화 차이를 겪으면서도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적응을 완벽히 해내고 있다.
사실 한나한은 지난 2012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 추신수 사구에서 비롯된 벤치클리어링 사태에서 한국 팬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한나한은 추신수가 캔자스시티 로열스 투수 조나단 산체스에게 오른 허벅지를 맞자 가장 먼저 마운드로 달려 나가 멱살을 잡으며 자신의 일처럼 분노했다. 이때부터 이미 한나한에 대한 인성 평가가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또 다른 일화도 있다. LG 구단 관계자는 가족이 처음 야구를 보러 올 때도 구단에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하지 않고 인터넷 티켓 예매 방법을 물어보더라. 통상적으로 외국인 선수 가족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는데 그때마다 감사의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이런 외국인 선수는 처음”이라고 칭찬일색이었다.
한나한은 경험이 부족한 3루수 양석환에게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고 있고, 1군 합류 후 감정 컨트롤을 하지 못하는 동료 루카스의 정신적인 코치도 맡고 있다.
한나한의 불안한 몸 상태에도 LG 내부적으로는 재계약에 대해 고려중이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존경 받는 실력 그 이상의 인성 덕분이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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