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메르스와 정치인의 정치적 이해득실
입력 2015-06-08 18:00  | 수정 2015-06-09 08:42

메르스가 20일 넘게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커져 버린 것은 방역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혹자는 병문안 문화나 우리 국민 의식 수준을 탓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당국의 허술한 방역체계를 더 꼬집어야 할 듯합니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의 책임자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오늘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 나온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전병헌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메르스 확산이) 방역 실패인지 아닌지 분명히 말해달라"

▶ 인터뷰 : 문형표 / 보건복지부 장관
- "방역에 구멍이 있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아무래도 (관리에서) 빠지는 부분들이 있다"

▶ 인터뷰 : 전병헌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빠졌고 구멍이 있다는 것은 실패한 것이 아니냐. 똑바로 대답하라"

▶ 인터뷰 : 문형표 / 보건복지부 장관
- "실패라기 보다 충분하지 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

방역 실패가 아니라 충분히 못했다는 겁니다.

문 장관은 개미 한 마리 지나가지 못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개미가 수도 없이 지나갔으니 방역망이 뚫린 것인데 이게 실패가 아니라고요?

실패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야당은 방역당국의 실패를 거칠게 몰아부쳤습니다.

국민적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실책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그 정점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야당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공세일지 모릅니다.

문재인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 국민안전과 국가경제는 국정 시작이자 끝이다.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대통령 진두지휘하는 모습으로 국민 안정시켜야 한다."

야당이 오로지 국민 걱정때문에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권을 공격할 호기를 잡았기 때문인지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여당은 정략적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정현 / 새누리당 최고위원
- "국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위기 이용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집단, 정치인이 있다면 메르스 못지 않게 잘못된 생각과 행태 보이는 세력은 똑같이 퇴출하는 게 성숙한 사회 만드는 길이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야권의 공세를 정치적 시각에서만 해석하는 것도 옳은 것은 아닙니다.

누가봐도 정부와 대통령이 실책한 것은 없는지 자문해봐야 하기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어제 최경환 부총리의 말과 오늘 아침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말은 조금은 국민에게 의아하게 들렸을 법합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경제부총리(총리대행)
- "대통령께서도 지난 3일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 점검 회의에서 환자가 발생한 의료 기관을 투명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지시하셨고,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신고 폭증에 대비한 신고 체계 구축 및 격리 병상 추가 확보 등 사전 준비를 마치고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은 지난 3일 메르스와 관련된 정보를 가급적 모두 공개해 국민 불안해하지 않도록 지시를 한 바 있다. 어제 발표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3일 병원공개를 지시했는데, 정부는 7일 병원 이름을 공개했을까요?

최 부총리와 청와대의 설명은 박 대통령 지시 이후 전화폭주에 대비해 긴급히 콜센터를 구축하는 등 사전준비때문에 발표시기가 늦었다고 합니다.

정말일까요?

그런데 4일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서 발표를 했는데, 그렇게 병원 발표 자료에 오류가 많았던 걸까요?

그렇다면 이 발표자료를 작성한 복지부 담당 공무원은 문책 받아야 합니다.

대통령이 4일 전 지시한 내용을 꼼꼼히 점검도 하지 않고, 그것도 병원 이름과 행정구역명같이 중요한 정보를 확인도 없이 발표했다는 걸까요?

사람들은 어제 정부의 병원명 공개 자료가 최 부총리의 말과 달리 급조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까지도 정부는 병원명 공개가 더 큰 혼란을 가져온다는 입장이었으니까요.

그랬던 정부가 이렇게 180도 입장이 바뀐 것은 박 대통령 지시때문일까요? 아니면 여론때문일까요?

여론 때문이라면 정부는 솔직히 여론 때문이라고 얘기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 지시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어느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여론은 정보 공개를 한 박 시장이잘했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0.9%p 하락한 23.3%,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18.3%, 박원순 서울시장은 0.4%p 상승한 13.8%로 3위를 유지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긍정평가 40.3%로 전주 대비 4.4%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2.7%p 상승한 53.3%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50%)와 유선전화(50%) 병행 RDD 방법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전화면접 방식은 22.1%, 자동응답 방식은 6.0%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결국 여론은 정보 공개를 미룬 정부보다는 독자적으로 정보를 공개한 박원순 시장이 더 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을 비롯해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정치적 이득때문에 정보 공개를 하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를 지지하는 국민은 적지 않다는게 확인된 셈입니다.

정치인 눈에는 국민의 행복부터 불행까지 모든 것이 정치적 이해득실의 대상입니다.

그렇지만, 항상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때는 당장 스스로에게 불리할 지라도 국민의 편에 서야 합니다.

눈속임은 금방 들통나기 마련입니다.

지금 국민은 정치인들이 메르스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누가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인인지 살펴보고 있을 겁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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