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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의 진짜투수] ‘치라고 던져라. 맞지는 말고’의 역설
입력 2015-06-08 06:02 
투심패스트볼을 잘 던지는 롯데 레일리는 7일 현재 땅볼/뜬공비율 2위(1.85)에 올라있다. 13차례 선발 등판 가운데 5경기를 7이닝 이상 던졌다.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가운데로 공이 몰려야 한다. 이 명제가 어느 투수의 미션이라고 하면 대부분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가 철석같이 믿어온 투구의 정석은 ‘공이 (가운데로) 몰리지 않아야 한다니까.
그러나 때론 가운데로 공을 던져야 한다는 결론이 가능할 수 있다. ‘안타를 맞지 않아야 한다는 피칭의 목적을 살짝 틀어서 승부의 목표를 ‘범타로 설정하고 타자의 배트가 나오게 하는데 집중한다면 말이다.
투구수를 경제적으로 관리하면서 긴 이닝을 버텨주는 선발 투수들을 ‘이닝이터라고 한다. 경기수가 늘어나고 각팀이 불펜의 피로도 관리에 사활을 걸게 될수록 점점 더 가치가 커지는 선발 투수들의 능력이다.
이 점에서 긴 이닝을 버텨주는 외인투수들의 ‘패스트볼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패스트볼은 타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공을) 맞혀주면서도 정타는 맞혀주지 않는 효과적인 구질인 경우가 많다. 높은 땅볼 비율이 짐작하게 하는 이들의 승부 패턴은 ‘가운데로 많이 몰리게 던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가운데 속구는 타자들이 스위트스폿에 잘 맞히기 어렵다. 공 끝에 무빙이 생기는 변형 패스트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7일 현재 땅볼/뜬공비율의 10위권 중 8명을 외인투수들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KIA 스틴슨(1.87)과 롯데 레일리(1.85)가 1,2위에 올라있다. 스틴슨은 투심과 컷패스트볼 위주의 승부를 하고 레일리 역시 투심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사용한다.
백스핀에 사이드스핀을 더하거나(컷패스트볼) 회전방향에 실밥이 많이 걸리도록 공을 쥐면서 공기저항을 더 많이 받게 하는(투심패스트볼) 이런 공들은 궤적이 비교적 정직한(?) 포심패스트볼에 비해 공 끝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긴다. 복판에 들어와 타자들이 맞히더라도 배트의 중심에 정확하게 맞히기 힘들어진다. 정타가 못되면서 땅볼 등의 범타가 많이 나오게 되고, 이는 ‘맞혀 잡는 승부로 전개될 수 있다. 힘과 투구수를 절약하면서 오래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공 끝의 무빙에 집중하는 이런 패스트볼을 장착하고 씩씩하게 ‘가운데로 몰리는 투구를 하는 외인투수들을 보면서 비로소 ‘공은 치라고 던지는 것이다라는 메이저리그의 명언을 이해하게 됐다.
정면승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말을 사람들은 ‘투수가 치라고 던져도 타자들은 기껏 3할이기 때문이라며 쉽게 말할 때가 많지만, 프로 투수 출신으로서 조금 야속하게 들리는 해석이다. 프로 타자들에게 진짜 ‘치라고 가운데에 던진다면? 깨끗한 속구는 십중팔구 깨끗한 정타로 되돌아온다. 비록 모든 정타 히팅이 안타가 되지는 않지만.
즉 아무 공이나 치라고 던져선 안되는 투수들이 ‘치라고 던지면서도, (정타를) 맞지는 말아야 한다는 역설적인 미션을 완성하려면 볼 끝의 무빙에 집중해야 한다. 속구 역시 다양한 변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중요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외인투수들은 피칭의 목표가 ‘땅볼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꾸 집어넣는다. 우리 투수들은 전통적으로 ‘헛스윙을 최고의 결과로 친다. ‘꽉 찬 공을 가장 좋은 공으로 여기면서 컨트롤의 목표를 코너워크에 집중한다.
해마다 ‘타고투저 기록을 갈아치우며 괴물처럼 성장하는 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투수들의 이러한 목표 선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타자들의 선구안은 외곽을 훑는 코너워크의 공에는 점점 깐깐해지고 있다. 이들의 배트를 적극적으로 나오게 하려면, 확실히 다른 시각, 다른 궁리도 해볼 만하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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