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인터뷰

"농·축협 전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방 농식품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펀드를 조성하겠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지 한 달, 농협금융에 '시너지'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지주의 핵심 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지난 5일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김 회장은 NH-CA자산운용·NH투자증권 공동으로 우수 농식품 창업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대상은 귀농·귀촌한 창업 기업이나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대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우수 중소기업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귀농·귀촌 인구가 4만명을 넘어가면서 이들의 자금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며 "전국 농·축협 네트워크를 가진 농협금융만이 우수 기업을 발굴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펀드를 조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농협은행이 전국 농식품 기업에 대한 특화 저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 같은 사업을 NH자산운용·NH투자증권에 적용해 은행 대출이 어려운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 회장의 관심은 온통 '시너지'에 쏠려 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농협금융의 차별된 시너지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손해보험이 풍년으로 콩·양파·포도 등 농작물 가격이 폭락했을 때 농가 수입 감소를 보장해주는 '농업수입보장보험'을 국내 최초로 출시한 것도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다. 소매금융의 강점을 살려 농협은행과 NH저축은행의 연계영업도 강화할 생각이다. 김 회장은 "농협에 와보니 농협중앙회라는 대주주 때문인지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계열사 간 칸막이가 낮고 협업에 적극적"이라며 시너지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해외 진출 전략을 짤 때도 김 회장은 농협 조직 간 시너지 효과를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김 회장은 "농업금융에 특화된 진출 모델을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며 "각 나라에 어떤 금융 수요가 있는지, 어떤 진출 형태가 유리한지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와 같은 신생 분야에서는 농협금융이 선두권에서 뒤처질 이유가 없다. 김 회장은 "농협은행의 '핀테크 오픈 플랫폼'이나 농협카드가 개발한 'ATM 위치파악 서비스'는 농협이 금융권 최초로 독자적으로 개발한 유망 사업"이라며 "농협금융이 선두주자로 치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회장은 "이자마진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손충당금이 줄어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좋다"며 "하반기에 이변이 없다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구태의연한 형식을 싫어하는 김 회장은 농협금융 직원들에게 '실용주의' 문화를 새롭게 전파하고 있다. '회장님'의 소탈하고 격식 없는 태도에 직원들이 놀라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는 취임 직후 불필요한 회의를 없애고, 모든 회의 보고서를 1장, 회의 시간도 1시간 이내로 줄이라고 지시했다. 김 회장은 최근 신입사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농협금융의 희망적인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전 공직생활이나 수출입은행장 시절 느껴 보지 못했던 젊은 직원들의 파이팅을 봤다"며 "농협금융이 앞으로 많이 발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