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고공행진을 하던 상하이종합지수가 드디어 5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상하이 지수는 5일 장중 5023 포인트까지 올라 지난 2008년 1월 18일(5180.51) 이후 7년 4개월여만에 5000선을 터치했다. 작년말 종가(3234.68)에 비해서도 6개월도 안돼 무려 1700포인트 넘게 올랐다. 상하이 지수는 지난달 27일 4941.71까지 오르며 5000선 돌파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거품논란‘이 불거지면서 조정에 들어가 4600선까지 물러났다. 하지만 이달초 중국 정부가 잇따른 유동성 확대조치를 내놓는 등 경기부양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하이 지수는 드디어 이날 장중 5000을 넘어섰다. 연초 대비 상하이 증시 상승률(4일 기준)도 47.7%에 달해 일본 닛케이(17.7%) 영국 FTSE(4.8%) 한국 코스피(7.6%) 미국 다우(0.4%), 에 비해 높다.
상하이 주가를 5000선까지 견인한 것은 IT와 정보통신 산업재 업종이다. 유안타증권·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들어 4일까지 상하이종합지수 내에서 IT업종이 153.6%, 통신은 87.7%, 산업재 섹터가 82.3%의 상승률을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상하이 지수가 상승흐름을 탄 것은 중국 정부의 돈풀기 정책과 잇단 글로벌 펀드에 중국본토 주식이 편입돼 중국주식 수요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일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1조5000억 위안(270조원) 규모의 담보보완대출(PSL)을 단행했는데 올들어 2번에 걸친 지급준비율 인하에 이어 시중에 대량의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이다. 풀린 자금이 자본시장에 투입될 여력이 커지면서 상하이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리샤오쥔 중국 민생증권 수석분석가는 최근 주가가 급락을 거듭하며 변동성이 커졌지만 중국 정부의 잇따른 유동성 확대조치가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상하이 지수는 5000을 전후해 등락하겠지만 당국이 진행중인 국유기업 개혁이 성공하면 주가는 한번 더 퀀텀점프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글로벌 펀드들이 중국 본토주식을 편입하기로 한 것도 상하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일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를 운용하는 뱅가드가 중국본토 주식(A주)을 신흥시장(EM) 펀드에 편입하기로 했다. 뱅가드는 500억달러(55조4천억원) 규모로 운용하는 신흥시장 인덱스 상장지수펀드(ETF)에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서 거래되는 A주를 5.6% 비중으로 편입할 예정이다. 앞서 영국 FTSE그룹도 중국 A주를 넣은 새로운 신흥시장 지수를 내놓았다. 오는 9일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도 중국A주가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주식이 글로벌 펀드에 편입되면 중국 본토 주식을 담아야 하는 만큼 주가에는 긍정적이다.
이밖에 지난해말 시행된 후강퉁(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간 교차 거래 허용)과 이르면 오는 9월 시행을 앞둔 선강퉁(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간 교차거래)도 자본시장 개방 폭을 넓혀 주가에 지속적인 상승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 육성에 나선데다 글로벌 펀드 편입 등으로 해외로부터 유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조정이 있더라도 연말까지 꾸준한 상승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부동산 같은 정책테마주나 은행주 외에 소비재 제약주 음식료주 인터넷주 같은 상승세가 크지 않은 업종을 투자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증시중 상승세가 가장 큰 만큼 거품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치우커 재정금융 해설위원은 가격이 높은 은행 등의 업종은 추격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며 중국증시가 정책 움직임이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하이 증시가 6월 한달동안 23개 기업의 기업공개(IPO) 230억위안에 달하는 공모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지켜볼 부분이다. 대규모 IPO는 상장 주식을 늘려 시장 전체유동성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까지 상하이 지수가 6000까지 갈 수 있지만 국유기업 개혁, 투자집행 등 중국 정부 정책 방향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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