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제프 블라터(79)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 대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연방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이 보도했다.
ABC방송은 수사 진행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익명 취재원들을 인용해 이렇게 전했다. 앞서 FBI의 상위 기관인 미국 법무부는 FIFA 회장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달 27일 FIFA 고위 임원 9명과 기업 임원 5명 등 14명을 금품 수수 등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스위스 경찰은 이 중 7명을 취리히에서 체포했다.
기소된 피고인 중 상당수는 블라터의 측근 인사였으며, 현직 FIFA 부회장 2명과 전·현직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축구연맹 회장들도 포함돼 있었다. 다만 블라터는 자신이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일 ABC 방송이 인용한 한 취재원은 FBI 요원들이 수사 대상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서 ‘윗선이 누구인지 대도록 하는 수사 기법을 설명하면서 블라터의 연루 사실이 수사를 통해 드러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취재원은 이제 (부패 혐의로 체포된) 사람들이 스스로 살 길을 찾으려고 할 것이므로, 누가 먼저 (블라터가 연루됐다고) 불지 경쟁이 붙을 것”이라며 조직 전체를 와해시킬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블라터 회장은 이달 2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의를 표명했으며, 이에 따라 FIFA는 올해 12월과 내년 3월 사이에 특별 총회를 열어 블라터 회장의 후임자를 선출할 예정이다. 블라터는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업무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출신인 블라터는 1998년부터 FIFA 회장을 맡아 왔으며, 측근들이 대거 연루된 비리 의혹이 터졌는데도, 지난달 29일 치러진 선거에서 5선에 성공했다.
선거 전부터 블라터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세계 축구계 곳곳에서 높았으나 블라터는 출마를 강행했다.
이 때문에 블라터가 이 시점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미국 FBI와 연방검찰의 수사 압박이 최근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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