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일원동 한솔아파트 꼭대기 층에 사는 이 모씨(57)는 올해 초 ‘두 집 살림을 시작했다. 전용 99㎡인 자신의 집 내부에 전용 76㎡남짓한 다락층을 하나 더 만들었기 때문이다. 새로 생긴 공간은 아들의 집이 됐다. 그는 이웃 상록수아파트 주민이 먼저 같은 방식으로 리모델링 한 것을 직접 보고 나서 1억여 원을 들여 복층 집에 대한 환상을 실행에 옮겼다.
복층 오피스텔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이 씨처럼 기존 아파트나 단독·다세대 주택에서도 복층으로 리모델링을 하려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복층 리모델링은 흔히 알려진 수직증축 리모델링과는 다르다. 복층 리모델링은 개인이 자기 집 내부에 다락방을 더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에 아파트 전체 층수는 달라지지 않는 반면 수직증축리모델링은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해 몇 개의 층을 더 둬 층수 자체를 늘리기 때문이다. 절차도 재건축이나 수직증축리모델링에 비해 간단하다. 건축법 상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50%가 동의하면 구청에 신고 후 공사가 가능하다.
복층 리모델링업체인 예건인테리어를 이끄는 김양순 대표는 공간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최근 도입이 시작된 것”이라며 맨 윗 층인 경우에 한해 자신의 집을 이층집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고 전했다. 복층 리모델링은 수요자에 따라 주문이 다양하다. 때문에 평균 공사 기간은 1개월 반~2개월 정도로 비슷하지만 공사비는 1㎡당 100만원부터 15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공통적으로 복층 설계에 단열재를 써서 냉난방 기능을 높이는 방법을 쓰지만 대리석 같은 고급 자재를 쓰는 경우 같은 면적이라도 공사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강남에선 재건축을 선호하지 않는 50~60대 이상 연령대인 자기 소유 아파트 거주자들이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집을 꾸미는 목적에서 많이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일원동 일대는 5~6층짜리 저층 아파트가 많은데 재건축을 하더라도 용적률이 낮아 사업성이 없고 수직 증측 리모델링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보니 대규모 이주와 장기 공사보다 개별적으로 리모델링을 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강북에선 빌라나 원룸을 만들어 임대 수익을 내려는 사람들이 찾는다. 중랑구 중화동의 단독 주택을 헐고 4층 짜리 총9개 실 규모의 원룸 건물을 지은 서 모씨(50)도 복층 리모델링을 했다. 서씨는 보통 주인이 맨 윗층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님을 모시고 한 집에 살다보니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임대수익에 대한 고민도 있어 8000여 만원을 들여 차라리 다락방을 꾸미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락이라고는 하지만 서씨에겐 전용 60㎡정도 되는 집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물론 원한다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선으로 되어 있는 저층 아파트·빌라 등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건물의 모습이 직사각형인 고층 아파트는 공사가 불가능하다. 사선 지붕인 저층 건물이라 하더라도 벽돌로 지어졌다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 콘크리트의 경우 평균 40년은 가지만 벽돌 건물의 수명은 20여년이어서 굳이 복층 공사가 아니더라도 리모델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비용 면에서 불리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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