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민연금, 新삼성물산 출범 `캐스팅보트`
입력 2015-05-28 04:03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탄생할 '합병 삼성물산'의 2대 주주가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지분을 9% 이상 보유 중일 뿐만 아니라 제일모직 지분도 현재 5% 이상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돼 합병 법인의 지분율이 최소 6%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 제일모직 지분도 적잖이 갖고 있는 만큼 합병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국민연금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 현재 제일모직 지분을 최소 5% 이상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핵심 관계자는 "현재 시장의 추정과는 달리 제일모직 지분을 5% 이상 갖고 있다"며 "다만 정확한 지분율은 공시사항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보유종목에 대해 매 분기가 마무리되는 다음달 10일까지 지분 변동 내역을 공시하도록 돼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는 5% 지분 공시가 이뤄지지 않아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국민연금의 제일모직 지분율이 약 2~3% 수준일 것으로 추정해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18일 상장한 제일모직의 공모주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지분을 추가 취득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연기금 기관투자가들의 연초 이후 제일모직 주식 순매수액은 약 5000억원으로 지난 26일 종가 기준 제일모직 시가총액의 약 2%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이 현재 보유한 5% 이상 지분을 6월 말까지 유지한다면 7월 10일께 금융감독원에 보유 지분을 공시하게 될 전망이다. 합병 후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최소 6.5%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6.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국민연금이 제일모직 주식을 5%(675만주) 이상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합병 비율에 대한 불만이 클 것이란 시장의 예상은 달라질 수 있다. 27일 종가 기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보유지분(5월 12일 기준 9.79%) 시가 평가액은 1조563억원, 제일모직 보유지분(5% 이상) 시가 평가액은 1조2858억원으로 제일모직이 오히려 더 크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 '1대0.35'에 대해 시장에서는 제일모직 주가는 크게 부풀려져 있는 반면 삼성물산 주가는 그동안 심하게 억눌려 있는 상황이다보니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계약 승인을 위해서는 각각 참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제일모직의 경우 삼성그룹 계열사를 포함해 대주주 지분이 52%가 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삼성물산은 자사주와 계열사 포함 대주주 지분이 19.3% 수준에 불과해 우호지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이번 합병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이 5만7234원으로 이날 종가(6만5700원)에 비해 낮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합병을 무산시킨다고 해서 삼성물산 주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반대권을 행사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은 이번 합병안에 대해 여전히 내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는 만큼 이번 합병이 연금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될지를 따져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합병 발표 다음날인 이날 나온 삼성물산 보고서는 총 9개, 제일모직 보고서는 총 10개였다. 9개의 삼성물산 보고서 중 목표주가가 기존과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반면 10개의 제일모직 보고서 중 IBK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보고서를 제외한 나머지 8개는 모두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다만 27일 주가상승률은 삼성물산이 더 높았다. 삼성물산은 전날보다 3.46% 올랐지만 제일모직은 1.33% 상승하는 데 그쳤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억눌려 있던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이 결정되면서 더 이상 저평가될 이유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재원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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