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리뷰]‘간신’, 色들의 향연과 광기…야하면서 슬프다
입력 2015-05-21 17:23  | 수정 2015-05-21 17:3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영화 ‘간신은 여성들의 분 냄새와 함께 피비린내가 스크린 가득 진동한다. 조선 시대 폭군 연산군(김강우)의 광기, 특히 ‘색에 대한 집착이 오롯이 담겼다. 조선 팔도 1만 미녀를 강제 징집한 역사적 사건인 채홍을 소재로, 미치지 않고 살 수 없는 난세를 절묘히 묘사했다.
영화는 간신 임숭재(주지훈)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기둥 역할을 하는 건 연산군이다. 그의 광기는 상상 초월이다. 이제까지 많은 연산군을 봐왔지만 또 다른 연산군의 등장이다. 더 강렬해졌고, 그 광기는 심기가 불편할 정도에까지 이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연산군의 광기가 영화를 더 흥미롭게 바라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겉과 속이 다른 임숭재가 갈등을 증폭하는데, 주지훈의 연기도 얄미울 정도다.
연산군의 광기는 임사홍과 임숭재 부자의 영향이 가장 크다. 이들은 연산군의 어머니인 폐비 윤씨의 죽음과 관련해 왕을 부추겨 갑자사화를 주도했고 왕의 총애를 받는다. 왕을 등에 업고 권세를 누리지만, 임 부자의 반대편인 장녹수(차지연)는 이들을 견제한다. 임숭재와 장녹수는 단희(임지연)와 설중매(이유영)를 이용해 왕 위에 군림하려 한다. 등장인물 간 또 다른 이유가 드러나면서 영화 보는 맛을 더한다.
‘간신을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도 있다. 소재 탓이다. 왕을 만족하게 해야 하는 1만 미녀가 방중술 수련 과정. 채소를 허벅지로 깨뜨려야 하고, 얼음을 매달아 떨어지는 물을 단전으로 받아내야 하며 다양한 체위도 혹독하게 배워야 한다. 야하지만 난세의 아픔도 고스란히 전달되니 ‘웃픈 장면이라고 짚어야 할 것 같다. 권력을 얻기 위한 정치인들의 야비할 대로 야비한 모습 중의 하나가 아닐까.

임지연과 이유영은 편견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역할임에도 개의치 않고 착실하게 인물을 연기했다. 전라 노출도 불사, 시대 상황과 아픔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탐해보라는 연산군의 말에 정사신을 펼치기까지 한다. 쉽지 않은 연기에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수상연회 장면의 검무와 군무 등의 볼거리도 있다.
민규동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온전히 전해진다. 판소리 내레이션도 거부감을 전하진 않는다.
하지만 숭재와 단희의 과거는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지만 뜬금없이 흘러가는 듯한 인상을 남겨 아쉬운 느낌을 받는 관객들도 있을 것 같다. 131분. 청소년 관람불가. 21일 개봉.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