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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의 야구생각] 류현진의 어깨수술과 한국의 학생야구
입력 2015-05-21 06:02  | 수정 2015-05-21 18:36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모교인 대구상원고를 찾아 어린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한국의 학생야구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MK스포츠 DB
한국 프로야구 출신의 메이저리그 첫 선발투수는 이렇게 사라지는 것인가. LA 다저스 류현진(28)의 어깨 수술 소식은 큰 충격이었다. 단순 어깨 부상이 왜 이토록 오랫동안의 재활이 필요한 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는데 결국 가벼운 부상이 아니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류현진의 재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한편으론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수술 후 재활기간만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데다 수술 이전으로의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게 투수의 어깨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주요 투수들은 해마다 200이닝 이상을 던지면서도 큰 부상이 없는데 우리나라나 일본 투수들은 메이저리그에 넘어간 투수치고 부상치레를 안한 선수가 없다. 이에 대한 답을 학생야구에서 찾고 싶다. 한국의 학생야구에서 투수가 혹사당한다는 고리타분한 말은 더 이상 할 필요없다. 언제부터인가 학생야구라는 말조차 사라졌다. 그냥 아마야구라고 부른다. 대한야구협회 고위임원부터 현장의 지도자까지 똑 같다.
최근 대한야구협회 신임 회장에 뽑힌 사람은 인사말에서 한국의 학생야구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말은 한 마디도 안하고, 패거리 싸움만 운운했다. 대한야구협회는 정치하는 곳이 아니라 어린 학생들이 맘 편히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을 도와주는 곳인데 말이다.
다시 류현진으로 돌아와서 우리 학생야구가 제 기능을 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되짚어 본다. 고등학교 감독이 제 선수를 진정 제자라고 생각한다면 어깨가 망가지도록 혹사를 시킬까? 제 자식이라면 욕설을 퍼붓고 구타를 일삼을 수 있을까?
작금의 학생야구는 직업훈련원이나 다름없다. 감독은 스승이 아니라 지도자일 뿐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인성을 가르치지만 지도자는 기능을 가르친다. 훌륭한 야구기술자를 만들어 일터로 내보내면 그만이다.
야구부에 소속된 선수라면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를 주고, 성취감을 선사해 주는 것이 참된 스승의 도리다. 성적은 그 다음의 문제다. 이 평범한 진리가 우리나라에 학생야구가 도입된 지 100년이 넘었는데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건 왜일까. 1970년대 박정희 독재정권시절 만들어진 엘리트 선수 육성 방식이 아직도 살아 숨 쉬는 건 창피한 일이다.

우리보다 학생 스포츠 시스템이 선진화된 미국은 엘리트 스포츠가 따로 없다. 야구의 경우 중고교 시절 재능 있는 프로 지망생은 단체 훈련 외 유능한 지도자를 초빙해 개인교습을 받는다. 이 개인과외를 통해 세부적인 기술과 체계적인 몸 관리를 배운다. 이들이 훗날 클레이튼 커쇼가 되고, 매디슨 범가너로 성장하는 것이다.
한창 성장기인 중학교 때부터 완투를 거듭하고, 고등학교 때 이미 한 해 200이닝을 넘게 던진 투수가 과연 언제까지 성한 어깨를 가질 수 있을까.
지금도 일선 학교에서는 마구잡이식 선수관리가 횡행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웬만큼 던지는 투수 치고 부상 경험이 없는 경우가 드물다. 류현진도 동산고등학교 2학년 때 왼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았다. 연고구단인 SK에 지명 받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때늦은 얘기지만 류현진은 누구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던 선수였다.
류현진의 어깨 수술 소식이 한국 학생야구의 참담한 현실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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