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합병 서두르던 스팩들 `경고등`
입력 2015-05-20 17:27 
◆ 시장 분석 ◆
지정감사를 피해 지난 3월 대거 합병 결의에 나섰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들에 경고등이 켜졌다.
대우스팩2호와 합병을 결의했던 선바이오는 지난 19일 한국거래소의 합병 상장 예비심사 과정에서 내부사정으로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KB제3호스팩과 합병하기로 했던 프로스테믹스, 하나머스트3호스팩과 합병을 결정한 판도라티비도 거래소 합병 상장 심사에서 속개 판정을 받으며 상장심사위원회 심사가 미뤄지고 있다.
직상장과 달리 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은 심사 문턱을 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3월에 합병 결의를 한 스팩들만큼은 좀처럼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3월을 넘기면 스팩과 합병을 통해 상장하는 회사도 지정감사를 받도록 관련 규정이 바뀌면서 무리하게 서둘러 합병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스팩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지정감사를 피하려면 3월까지 합병 결의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자격 미달'인 기업들을 합병 대상으로 급하게 정한 것이 문제"라면서 "스팩과 합병을 하더라도 기본적인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기업들이 있어 자진 철회나 속개 판정 등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회사 중에는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게 평가된 곳도 있고 내부통제가 부실한 곳들도 있다"면서 "선바이오도 미승인을 우려해 자진 철회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합병을 결의한 스팩은 8개에 달한다. NH스팩2호(바디텍메드), 대우스팩2호(선바이오), 현대드림2호스팩(심엔터테인먼트), NH스팩3호(글로벌텍스프리), KB제4호스팩(액션스퀘어), LIG스팩2호(엔지스테크널러지), 하나머스트3호스팩(판도라티비), KB제3호스팩(프로스테믹스) 등이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합병한 스팩(7개)보다도 많은 수치다.
단기간에 여러 증권사들이 합병할 기업을 경쟁적으로 물색하다 보니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못해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 14일 열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심사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라간 스팩들의 심사도 다음번 위원회가 열리는 28일로 미뤄진 것만 보더라도 상장 심사 통과에 작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스팩이 각광을 받으면서 상장 직후부터 치솟는 주가도 문제다. 지난 13일 상장한 대우SBI스팩1호는 상장 첫날부터 5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기록하다 20일 460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거래소는 주가 급등에 대한 조회 공시를 요구했지만 대우SBI스팩1호는 주가 급등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대우스팩3호는 상장한 지 이틀 만인 19일 단일계좌에서 거래된 비중이 2%를 넘어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15% 오른 2300원으로 마감됐다. 앞서 4월 상장한 한화에이스스팩1호도 상장 첫날인 20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주가는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으로 4605원까지 치솟았다 다음날 하한가를 치는 등 요동치다 이날 260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주가가 합병 전부터 급등하면 합병 이후 기업 손실로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에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스팩은 합병 전에 정해진 자금을 공모해둔 상태에서 합병하기 때문에 합병 시점 주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공모 금액과의 차액이 커지고 그만큼 손실도 커지는 구조다.
예를 들어 공모가 2000원에 100억원을 공모한 스팩의 주가가 합병 시점에 2400원까지 올랐다면 순자산가치가 120억원으로 평가돼 합병하게 된다. 실제로는 공모된 자금이 100억원밖에 없지만 120억원의 가치를 평가받아 합병을 했기 때문에 차액인 20억원은 해당연도에 손실로 반영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스팩들의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스팩은 일반 종목과 달리 합병 전에 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다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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