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제에 갇힌 한국은 ‘전기자전거 후진국’
입력 2015-05-19 16:18 
알톤스포츠 전기자전거 이맘모스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전기자전거의 실체를 놓고 한바탕 설전이 펼쳐졌다. 이날 열린 ‘전기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왜 한국만 전기자전거를 자전거로 분류하지 못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전기자전거와 일반 자전거 구분이 없는 유럽·일본과 달리 한국은 전기자전거가 도로교통법상 일반 자전거가 아닌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원동기 면허를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하고 자전거 전용도로 진입이 금지되는 등 여전히 각종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김남식 삼천리자전거 연구소장은 이용자가 임의로 속도 제한을 풀거나 조작하더라도 모터 최대출력은 330w 미만으로 시속 30㎞ 이상 올라가기 어렵다”며 컨트롤러에서 제어하는 모터의 최고속도는 시속 25㎞ 수준이고 그 이상 속도가 올라가면 모터 전원을 차단하는 속도제어장치가 완비돼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다보니 전기자전거 보급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한국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자전거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자전거 판매규모는 1만~1만5000대(지난해 기준)로 추정되는데 이는 중국의 연간 총 판매대수가 2억3000만대, 일본 40만대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전기자전거 판매량은 4000만대가 웃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국내 일반 자전거 대비 전기자전거 점유율 역시 약 0.4%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규제에도 불구하고 최근 자전거 업체들은 레저 기능을 강화한 전기자전거 제품을 앞세워 전기자전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눈에 띄는 요소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두꺼운 바퀴와 차체 접힘, 아이가 탈 수 있는 공간이 그것이다.
바퀴가 두꺼운 ‘팻바이크(Fat Bike) 제품에 가장 공들이는 회사는 알톤스포츠다. 모래, 눈, 진흙 등 다양한 지형에서도 바퀴가 빠지지 않고 탈 수 있게 하기 위해 타이어 폭을 76㎜로 넓혔다. 로드바이크 타이어폭은 18~25㎜, 산악용 자전거(MTB) 타이어폭이 38~63㎜ 수준이다. 알톤스포츠는 올 들어 6종의 팻바이크를 선보였다. 이중 ‘이.맘모스(E.MAMMOTH)는 팻바이크의 장점을 살리면서 제동력이 우수한 디스크 브레이크를 사용해 험한 지형에서도 힘 있게 탈 할 수 있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차체를 접을 수 있는 접이식 전기자전거는 휴대가 편해 각광받고 있다. 영국 자전거 업체 A2B와 삼천리자전거가 내놓은 전기자전거는 접어서 이동하거나 차량에 휴대하기 좋다. 현재 상당수 지하철 노선에서 접이식 자전거만 휴대가 허용되고 있다는 것도 유리한 점이다. A2B 한국지사 관계자는 지난 2013년 선보인 전기자전거 ‘쿠오(Kuo)는 몸체와 핸들 부분을 각각 접을 수 있는 2단 접이식 방식으로 레저를 즐기는 자전거 동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 삼천리자전거 역시 최대 시속 24㎞로 달릴 수 있는 고강도 알루미늄 접이식 프레임을 적용한 전기자전거 ‘20 그리니티 F 모델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제품도 등장했다. 한 예능프로에서 세 쌍둥이가 함께 타는 ‘삼둥이 자전거가 방영되면서 가족 단위 레저용 자전거가 관심을 끌었다. 아이를 태울 수 있는 장치인 ‘키즈 트레일러를 장착할 수 있는 제품은 기존 일반 자전거에 국한됐지만 업계는 점차 전기자전거로 확대할 계획이다. 알톤스포츠 관계자는 키즈 트레일러를 전기자전거에 장착할 수 있는 부품(커넥터)를 이달 중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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