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가총액 껑충 `분할 재상장`의 마법과 우려
입력 2015-05-17 16:03 

최근 지주사체제로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분할재상장이 투자자들에게 매매차익을 거둘 수 있는 ‘확실한 호재로 인식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분할재상장한 기업은 한솔제지, 디와이파워, 덕산네오룩스, 메가스터디교육, 우리산업, 골프존 등 총 6곳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한솔제지, 디와이파워가 올해 1월에 재상장했고, 코스닥 시장에선 덕산네오룩스·골프존·메가스터디교육·우리산업 등 4곳이 재상장을 완료했다. 스마트폰 부품업체 심텍과 전기밥솥업체 리홈쿠첸 등도 분할을 앞두고 있다. 모두 지주사 전환을 위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후 사업회사를 재상장 시키는 사례들이다.
작년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지난 한해 동안 분할 후 재상장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5곳, 코스닥 시장 1곳에 불과했다.
특이한 점은 분할 재상장한지 얼마 안돼 분할기업 시가총액 합계가 분할 전 시총을 넘어서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골프존은 인적분할을 위해 재상장되기 직전 시가총액이 1조1018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골프존(사업회사)과 골프존유원홀딩스(지주회사)로 나눠져 지난달 3일 재상장되고 열흘이 지나자 두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1조2775억원이 됐다. 분할 전보다 15.9% 증가했다.

한솔제지도 지난 1월 26일 분할재상장 되기 직전 시가총액은 4646억원이었지만 열흘 뒤 지주회사(한솔홀딩스)와 사업회사(한솔제지)의 시가총액 합계는 5633억원으로 21.2% 늘었다. 덕산네오룩스와 덕산하이메탈도 분할 재상장한지 열흘만에 시가총액이 23.9% 증가했다.
분할재상장 직전 골프존, 한솔제지, 덕산하이메탈 주식을 가지고 있던 주주는 재상장 준비를 위해 거래가 정지됐던 기간을 포함하면 두달 만에 20% 안팎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분할 재상장은 주로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갖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분할 이후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이 증가하면 주주에게 이득이다.
이처럼 분할재상장 직후 기업가치가 오르는 이유는 경영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 전 회사는 부실 자회사의 리스크 때문에 우량한 사업부문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분할 후에는 주력 자회사가 다른 계열사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며 이 때문에 사업회사의 기업가치가 급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표를 미뤄왔던 사업회사의 호재가 기업분할 후 쏟아져나오는 영향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분할 후 지주회사가 사업회사 주주를 상대로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실시하게 되는데 대주주 경영권 강화를 위해서는 이 기간에 사업회사 주가가 오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주사 전환 후 배당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다른 주주도 수혜를 입게 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주사 전환으로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지면 배당을 확대해도 상당 부분 결실을 대주주가 얻게 되기 때문이다. 배당수익률이 오르면 기업가치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하지만 분할재상장이 일종의 ‘꼼수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미국 기업의 경우 지주사 체제 하에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중 한 곳만 상장돼 있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분할 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가 모두 상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주식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가 2개로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기업 본질은 그대로이지만 자본 조달 통로가 2배 늘어 시총 합계가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코스피200 등 시장지수에 포함되는 기업이 인적분할될 경우 이들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펀드에 왜곡이 나타나 펀드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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