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워크아웃설까지 돌았던 중견기업의 대변신
입력 2015-05-17 15:37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충청북도 황간IC에서 자동차로 5분 달리면 에넥스 황간공장이 눈에 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지만 부지면적 8만5000㎡에 연면적 3만3500㎡로 조성된 국내 최대 부엌가구 공장이다. 이곳에 140m 길이의 컨베이어벨트가 바쁘게 돌아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난 2004년 에넥스가 50억원을 들여 국내 가구업계 최초로 도입한 워터본 도장라인이다. 유성페인트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물에 녹는 100% 수성페인트를 사용하는 친환경 도장 설비로 포름알데히드나 유해물질이 거의 배출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길이 약 2m가 넘는 부엌가구 원자재 파티클보드(PB)가 분당 60m 속도로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면 먼저 페인트가 제대로 접착될 수 있도록 파티클보드에 순간적으로 열을 가해 건조시킨다. 이후 총 8번의 도장과 건조작업을 거치면 공정은 완료된다. 모든 공정은 자동화돼 보드 1개의 도장이 마무리되는데 필요한 시간은 3분이면 충분하다. 연간 부엌가구 10만세트를 생산할 수 있는 황간공장은 현재 밀려드는 주문량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3시간 연장근무를 하는 등 공장가동률이 120%에 이른다. 공장을 총괄하는 송성수 에넥스 상무는 늘어나는 주문량을 맞추고 생산성 10% 향상을 위해 향후 2~3년간 판넬커터와 에지도장 설비에 100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에넥스의 강점인 도장부분의 자동화율을 현재 70%에서 9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넥스는 지난 15일 실적공시를 통해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682억원)보다 26.2% 오른 861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20억원에서 50% 가량 증가한 3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호실적의 원인은 주방과 특판, 사무용가구인 오펠라, 온라인 등 전 사업부가 모두 전년대비 높은 매출 성장을 이뤄낸 덕분이다. 특히 주방사업부는 대리점과 본사직영 영업부가 세분화된 유통망 공략을 위해 제품군을 분리하고 독립적인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실적을 쌍끌이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 1월 출시된 본사직영 브랜드 ‘뉴 스마트(New Smart)의 ‘에코(Eco) 시리즈와 ‘노르딕(Nordic) 시리즈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에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주택시장 활성화와 이사 시즌이 겹친 것도 매출 상승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다양한 판촉 프로모션과 온라인 광고 등을 펼친 온라인 사업부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27.1% 증가했다.

최근에는 생산공장내 전 사원이 설비고장의 원천 봉쇄는 물론 불량과 산업재해 제로를 추구하는 기업혁신운동 TPM을 추진하면서 연간 25억원 가량의 원가절감 효과를 냈고 가구 몸체 라인 설비교체로 측판 가공 생산성이 44% 증가하는 등 생산분야에서도 힘을 보탰다. 지난 2012년 에넥스는 기업신용평가등급이 C등급으로 떨어져 워크아웃설에 휘말리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창업주인 박유재 회장이 100억원 상당의 개인 소유 부동산을 사재출연하고 직원들이 주가가 곤두박질친 상황에서도 발벗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72억원을 마련하는 등 뼈를 깎는 회생노력을 거듭해왔다. 결국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지난 2013년을 터닝포인트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재도약의 날개짓을 펼치고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겸직하고 있는 송 상무는 오는 하반기에는 온라인 쇼핑몰 개편과 모바일, 소셜마켓 등 다양한 채널에서의 유통망 강화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라면서 2017년 에넥스의 매출 목표액인 5000억원 달성을 위해 부엌가구 뿐만 아니라 종합가구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간(충북) = 안병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