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싱크홀 불안감이 큰 석촌호수 일대에서 지하철 공사현장에 중국산 불량 건설자재가 납품된 사실이 드러났다.
김포도시철도, 인천~김포 민자고속도로, 부산 천마산 터널, 수원~인천 복선천절 등 주요 국책 사업지에도 같은 불량 자재가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도로를 대신해 임시로 설치하는 ‘복공판을 중국에서 들여와 시험성적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불량 제품을 유통시킨 유모씨(47) 등 7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복공판은 터널·교량 공사 등에서 지하 굴착을 할 때 그 위를 지나다닐 수 있게 하고 토사 유입도 막기 위해 설치하는 가설재다.
경찰에 따르면 납품업체 A사의 대표 유씨는 품질시험기관인 B시험원과 공모해 중국산 복공판의 시험성적서 10장을 위조하고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 가량 전국 공사현장 14곳에 총 1만4000여장(약 33억원)의 불량 제품을 납품했다.
B사 부원장 나모씨(68) 등 임직원 4명은 제품을 제대로 시험하지 않은 채 A사 영업팀장 조모씨(38)가 요구한 하중계수·미끄럼계수를 기재해 시험성적서 5장을 발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조씨 등은 과거 시험성적서의 시험일자·시료채취장소 등을 오려내고 필요한 부분을 붙여 복사하는 수법으로 시험성적서 5장을 위조하라고 부하직원에게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사가 중국에서 수입해 납품한 복공판은 최대 하중이 60톤, 미끄럼저항계수가 50~60에 불과했다. 하지만 위조 시험성적서에는 최대하중이 70톤, 미끄럼저항계수가 95 이상으로 나왔다.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복공판은 아래로 5mm 휘어질 때 최소 13.44톤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그러나 경찰이 해당 자재가 납품된 14곳 공사현장 가운데 4곳의 복공판을 표본으로 시험한 결과 7.26~12.85톤에서 5㎜ 이상 휘어졌다.
A사는 중국에서 들여온 제품에서 수입확인 라벨을 떼어내고 직접 생산한 것처럼 꾸몄다. 또 이를 알아채지 못하게 국산 제품을 일정 비율 섞어서 납품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은 시공사가 제품을 받은 뒤 품질검사기관에 시험을 의뢰하도록 하는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고, 납품업체에 품질검사를 맡기는 관행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불량 제품이 납품된 공사 현장에 공사차량은 물론 일반차량도 통과하고 있어 위험한 상태”라며 특히 김포도시철도 구간과 부산 천마산 터널에는 탱크·야포와 대형 물류 차량이 많이 다녀 붕괴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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