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사망한 친동생의 사망원인을 조작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려던 보험설계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12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 현지 부검의를 매수해 사인을 위조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아 동생의 사망 보험금을 과다 청구한 서모씨(49)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보험설계사로 10년 이상 일해온 서씨는 동생이 지난해 3월께 자신이 동생이 필리핀 현지 어학연수 중 뇌출혈에 의한 뇌졸중으로 사망하자 전문지식을 이용해 사인 조작에 나섰다.
질병 사망 진단을 받으면 보험금이 2억3000만원에 불과하지만, 상해 사망 진단을 받으면 6억2000만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필리핀 한인들에게 현지 부검의를 소개받고 5000페소(약 12만원)에 매수해 사망진단서 위조를 맡겼다. 사인을 구토에 의한 질식으로 조작한 서씨는 국내 14개 보험사에 상해 사망 보험금을 청구했다.
해외 사망자의 경우 현지에서 화장한 뒤 국내로 운구하는 일이 많다. 경찰은 서씨가 추가 조사가 어려워 보험사들이 현지 의료인의 사망진단서만 확인하고 보험금을 내준다는 점을 노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씨를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들은 일단 질병 사망시 지급하는 보험금 2억3000만원만 주고 나머지는 지급을 연기했다.
이어 범행 사실이 필리핀 교민 사회에서 알려지고 보험사에 제보되면서 서씨의 범행은 덜미를 잡혔다.
서씨는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일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늦추고 있다며 금융감독원과 국민신문고에 민원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사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금융감독원과 공조해 사망한 서씨 동생의 보험가입 여부와 보험금 지급 내역을 제공받아 혐의를 확인했다. 필리핀 현지에서 부검의를 만나 위조사실도 밝혀냈다.
부검 영상자료를 확보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해 실제 사인이 뇌졸중이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서씨는 보험사에서 타낸 돈을 어머니 명의 계좌로 받은 뒤 자기 명의로 금융투자하는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해당 부검의의 범법 사실을 필리핀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또 서씨와 같이 허위 사망진단서로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첩보를 수집해 단속을 확대할 방침이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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