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보험사 깜짝실적…저금리에 울다가 웃었다
입력 2015-05-07 17:50  | 수정 2015-05-07 20:06
국내 한 손해보험사 최고투자책임자(CIO)인 A씨는 요새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저금리 여파에 저출산·고령화 시대가 겹쳐 보험사 자산운용이나 영업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주업인 보험영업 분야에서 분기당 1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본다"며 "자산을 잘 굴려 적자분을 메울 만한 투자이익을 내야 하는데 마땅히 투자할 곳도 보이지 않아 피가 마른다"고 말했다.
보험업계가 올해 1분기 예상을 웃도는 '깜짝 실적'을 내고도 울상을 짓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은 '1분기 보험회사 경영실적'을 발표하고 1분기 보험사 당기순이익이 2조13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1% 늘었다고 밝혔다. 1분기 순이익 기준으로는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상당수 업체가 실적을 공개한 손해보험업계는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43.4% 늘어난 8219억원에 달한다. 삼성화재 1분기 순이익(2937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21.1% 늘었다. 현대해상과 LIG손해보험도 각각 순익 656억원, 688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각각 19.9%, 29.7%씩 증가했다.
생명보험업계에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을 비롯한 대형 업체들이 아직 공식적으로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손보업계 못지않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 따르면 생보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3140억원으로 전년 동기(9409억원) 대비 39.7%나 뛸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동양생명은 1분기 789억2700만원 순이익으로 분기 기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썼다. 금감원 잠정 실적을 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역시 다음주 예정된 실적 발표를 통해 우수한 성적표를 내놓을 것으로 추정된다. 숫자만 봐서는 축하 파티라도 해야 할 분위기지만 보험사는 웃지 못하고 있다. 1분기 실적 상당수가 본업을 잘해서가 아니라 값이 오른 채권을 처분하는 등 투자영업이익을 통해서 올린 '반짝 이익'이기 때문이다. 손보업계에선 서울보증이 삼성차 관련 위약금 승소 판결을 통해 세금 1964억원을 환급받은 영향도 톡톡히 봤다.
깊어지는 보험사 고민은 이날 금감원이 내놓은 수치에서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손보업계는 1분기 보험영업 손실이 7887억원에 달해 전년 대비 손실폭을 2091억원이나 키웠다. 생보업계 1분기 보험영업손실이 4조9923억원으로 5조원에 육박한다. 전년 대비 손실분이 671억원 늘었다. 본업에서 까먹은 손실을 투자영업이익을 늘려 만회하는 현상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오홍주 금감원 손해보험검사국장은 "1분기에 국내 주식이 많이 오르면서 투자이익이 많이 났다"며 "영업환경이 개선된 건 없다"고 설명했다. 김병수 LIG손해보험 자산운용기획팀장은 "저금리 여파로 값이 오른 채권을 많이 판 것도 투자이익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높이려면 보험금을 더 받아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급증한 보험사 손해율이 최근 잦아진 측면이 있어 보험료 인상 이슈가 불거질 시점은 지났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해외 사업 진출을 통해 이익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금융전략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사업 경험이 없는 보험사들이 당장 해외 보험사를 경영하는 전략적투자자(SI)에 욕심을 내기보다 재무적투자자(FI)로 들어가 이사회 활동으로 경험을 쌓는 게 좋다"며 "먼 미래를 내다보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험연구원은 빅데이터로 보험위험 평가능력을 높여 보험사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장원 기자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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