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개혁안이 무산되는데 빌미가 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 합의다. 정부는 현재보다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 상향 조정할 경우 연금보험료를 두배가량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야당은 정부가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에 따른 연금보험료 인상을 지나치게 과장했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둘러싼 야당과 정부의 대립은 같은 진실을 놓고 서로 다른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야당은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놓고 본 반면, 정부는 그 시점을 2100년 이후로 미뤄야한다고 강조한다.
보건복지부와 야당 모두 2013년 3월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가 발표한 국민연금 장기재정전망에 나온 수치를 인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3년을 정점으로 해서 점점 줄어들어 2060년 모두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 보험료율 9%를 그대로 둔 채 야당 주장대로 명목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 올려 50%가 된다면 기금소진 시기는 2056년으로 4년 빨라진다. 이때 기금소진 시기를 2060년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10.01%로 현재보다 1.01%포인트 올려야한다. 야당이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보험료를 2배 올려야한다는 정부 주장은 과장”이라고 공격하는 근거다.
하지만 정부 시각은 기금이 소진돼 해마다 가입자가 낸 돈에서 수급자가 연금을 받는 ‘부과방식으로 전환되는 2060년 이후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다.
현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 경우 부과방식이 적용되는 2060년부터 보험료율은 21.4%로 확 뛴다. 기금 소진을 4년 늦추기 위해 보험료율을 10.01%로 올리면서 소득대체율도 50%로 인상한다면 2060년 보험료율은 25.3%가 된다. 보험료를 100% 자기돈으로 내야하는 자영업자의 경우 2060년부터 월 소득의 4분의 1을 국민연금으로 내야한다는 계산이다.
2057년 연금을 낼 사람과 받을 사람이 똑같이 1400만명으로 ‘골든 크로스가 되고, 이후 받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상황이 지속된다. 이태한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기금 소진 시기를 최대한 늦춰 한국 경제와 미래 세대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100년이후에도 기금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경우 보험료율을 최대 18.85%까지 올려야한다는 추산치를 제시했었다.
복지부는 또 국민연금 본래 취지인 세대간·세대내 소득재분배 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득대체율 인상 보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가 더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명목소득대체율 대신 실질소득대체율을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야당 주장대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면 오는 2020년 실질소득대체율은 21.3%를 기록하게 된다. 이는 명목소득대체율 40%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20년 실질소득대체율(21.2%)에 비해 불과 0.1%포인트 높은 것이다. 2060년에는 이 수치가 각각 25.4%와 21.5%를 기록해 3.9%포인트 정도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이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잡고있기 때문이다. 1988년 출범한 국민연금은 역사가 27년으로 짧다. 여기에 취업난과 조기퇴직, 출산·육아·실업 등 경력단절을 겪는 가입자들이 많아 실제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가입기간은 20년을 넘기 어렵다. 이때문에 실질소득대체율은 명목소득대체율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김혜진 복지부 연금정책과장은 명목소득대체율을 인상하면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가입자들의 연금 수준만 높아지게 된다”며 납부예외자(457만명) 장기체납자(112만명) 등 사각지대에 있는 569만 명의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명목소득대체율 높이더라도 이들은 노후소득보장 혜택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과 정부 주장이 겹치는 부분도 있다. 수십년 뒤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을 막기 위해 1998년부터 유지된 현행 보험료율 9%를 앞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정재철 민주정책연구원 박사는 나중에 부과방식으로 전환돼 필요하게 될 보험료를 사전에 조금씩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임무”라고 지적했다.
[조시영 기자 / 박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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