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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방송진단] ‘압구정 백야’ ‘앵그리맘’ 죽음의 깊이가 가른 두 작가의 미래
입력 2015-05-07 13:15 
[MBN스타 금빛나 기자] 최근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와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에서는 ‘죽음을 중심 사건으로 끌어 들였다. ‘압구정 백야는 주인공 백야(박하나 분)의 죽음을 ‘앵그리맘에서는 건물 붕괴로 인한 학생들의 사망을 다룬 것이다.

두 드라마 모두 어지간해서는 쉽게 다루지 않는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사건을 다루었지만 이에 따른 시청자들의 반응은 상이하다. ‘압구적 백야는 지나치게 비윤리적이라며 돌은 던지는 반면, ‘앵그리맘은 시대정신은 반영했다며 박수를 받고 있다.

‘죽음이라는 사건을 놓고 두 드라마가 서로 다른 반응을 일으키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사람이 죽게 되기까지의 타당성과 그에 대한 책임감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죽음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다르다는 것 또한 한 몫을 차지한다.


먼저 비난의 중심에 올랐던 ‘압구정 백야의 경우 백야가 낭떠러지에 몸을 던져 자살시도를 하게 되는 과정부터 이로 인해 벌어졌던 온갖 해프닝들,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백야가 사실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까지의 과정이 작위적이었다는 것이다.

백야가 자살을 시도한 이유는 바로 남자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남매처럼 자란 백야와 화엄(강은탁 분)은 성인이 돼 사랑에 빠지고, 마침내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다. 뒤늦게 이 시살을 알게 된 화엄의 엄마와 할머니는 아무리 백야를 친딸처럼 길렀음에도, 화엄이 천애고아에 박복한 인생을 타고난 백야와의 결혼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결국 이들은 백야에게 프랑스 유학을 가서 살라고 권유하고, 백야는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는 대신 유서를 남긴 채 속초 앞바다에 투신한다.

자살 이유를 놓고 설득력이 부족했던 ‘압구정 백야는 이후에도 전개와 상관없는 ‘먹방 집착으로 ‘생명경시 사상 논란을 불렀으며, 반대로 백야가 죽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화엄의 모습은 과하게 자극적이었다. 더 큰 문제는 3회나 넘게 백야의 죽음을 다뤘는데, 알고 보니 살아있었다는 무책임한 스토리였다. 기적적으로 백야가 가족들 곁으로 돌아오자 끙끙 앓던 할머니 단실(정혜선 분)은 벌떡 일어나 기운을 차리고, 죽어가던 화엄은 백야의 키스로 갑작스럽게 살아난 것이다. 마치 죽음마저 이긴 것처럼 행동하는 백야와 화엄의 지나친 애정행각은 전혀 사랑스럽지 않았으며, 백야의 생존을 모르는 삼희(이효영 분)에게 하는 귀신장난은 보기 불편했다.


심심하면 죽음을 놓고 시청자들과 밀당을 하는 임성한 작가의 악명 역시 ‘압구정 백야 비난에 한 몫 했다. 백야의 자살을 다루기 전 백야의 친오빠인 영준(심형탁 분)과 전 남편이었던 나단(김민수 분)의 어이없는 돌연사를 그리며 비난을 받았던 임성한 작가였다. 이유도 없이 극중 배역을 많이 죽여 ‘데스노트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갖게 된 임성한 작가가 다루는 죽음을 이제는 보기 싫어지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반면 학교폭력 문제로 시작해 사학비리, 교육계와 정치권의 부패로까지 이어지는 한 고등학교이 풍경을 그린 ‘앵그리맘에서 벌어진 ‘학교 별관 참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돼 왔던 사건이었다. 극중 명성재단의 비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명성고는 대선후보의 선거자금을 세탁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별관공사를 시작하고, 이익을 취하기 위한 지원금 빼돌리기로 부실공사를 진행시켰다.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마저 지켜지지 않은 채 완성된 건물은 결국 완공 일주일 만에 무너지고, 어른들이 저지른 죄의 값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지게 됐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같은 참사를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별관의 부실공사를 제일 먼저 눈치 챈 강자(김희선 분)의 주장에만 귀를 기울였어도, 별관공사 검토를 주장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만 들었어도, 하다못해 붕괴직전 별관을 피하라는 안내방송만 나왔어도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이사장인 정우(김태훈 분)와 명성재단의 수장 홍회장(박영규 분)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이 모든 것을 묵살시키며 마지막 기회까지 날려 보냈다.


아수라장이 된 붕괴 현장에는 학부모들이 몰려와 내 아이가 저기 있다”고 울부짖었고, 희생자들의 합동 분향소는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그 통곡 속에 비리의 주범과 책임자들은 섞여있지 않았다. 미리 알고 몰래 빠져나가면서 화를 면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앵그리맘에서 다룬 참사가 안방극장을 울린 이유는 1년 전 현실에서 벌어졌던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도 전해지지 않았던 대피 방송, 제 한 몸 챙기기 바빴던 선장과 선원, 어른들만 믿고 가만히 있다가 떠나가 버린 생명들, 그리고 진도항에 울려 퍼진 유가족들의 오열까지.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가 참사로 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앵그리맘은 현 사회의 병든 단면을 은유적으로 고발한 셈이다.

‘앵그리맘의 사회 고발은 붕괴사고 이후에도 계속됐다. 별관 붕괴 이후 사건의 책임을 엉뚱한 이에게 뒤집어씌우는 모습, 감정호소와 여론몰이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들,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조사와 사후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과정들은 드라마인지 실재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같은 죽음 다른 결과를 낳은 ‘압구정 백야와 ‘앵그리맘은 향후 두 작가의 미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시청률을 위해 뜬금없는 죽음을 나열했던 ‘압구정 백야의 임성한 작가는 현재 방송통신심의의원회의 철퇴를 맞아 등 떠밀리는 식으로 은퇴를 하게 됐으며, 죽음의 책임을 따졌던 ‘앵그리맘의 김반디 작가는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 달라도 너무 달랐던 죽음의 깊이와 차이, 마지막은 두 작가의 미래를 갈라놓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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