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취객 돈 훔치다 CCTV에 찰칵…절도 금액은?

'따르르릉∼'. 지난달 24일 오전 1시25분께 서울 영등포구청 'U-영등포 통합관제센터'에 한밤의 정적을 깨는 요란한 벨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담당 구역에 설치된 1천여개 방범용 폐쇄회로(CC)TV의 비상벨 중 하나를 누군가 누른 것입니다.

관제센터 모니터에는 비상벨이 울린 것으로 파악된 영등포구 대림동 한 골목의 CCTV 위치와 확대된 현장 화면이 즉각 나타났습니다. 화면에는 쓰러져 있는 50대 남성의 모습이 비쳤습니다.

"여기에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빨리 와서 도와주셔야겠습니다." 이 말을 남기고 신고자는 바로 자리를 떴습니다.

"대림동 OO번지 구급상황 발생." 관제센터는 즉시 112 지령실에 상황을 전파했고, 현장에 순찰차가 출동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화면 속에 등장한 것은 경찰관이 아닌 웬 30대 남성이었습니다.

다른 행인이 쓰러진 남성을 보고 도와주러 다가간 것으로 여긴 관제센터 경찰관은 마이크로 쓰러진 사람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CCTV 스피커에서 나온 말을 듣지 못한 듯 쓰러진 남성의 주위를 돌며 딴전만 피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별안간 쓰러진 이의 뒷주머니에 있던 지갑을 꺼내 현금을 빼내고는 지갑을 원래 자리에 넣더니 화면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구급상황은 갑자기 '부축빼기' 절도 현행범 발생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CCTV로 지켜보고 있던 경찰관은 침착하게 도주 경로를 파악하고 현장에 출동한 순찰차에 상황을 전파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도둑이 달아난 쪽에서 순찰차가 출동해 다가오고 있었고, 그는 1분도 채 안 돼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조사 결과 쓰러져 있던 남성은 술에 취해 길바닥에 누워 잠든 김모(56)씨였으며, 마침 지나가던 최모(36)씨가 이를 보고 지갑에 손을 댄 것이었습니다. 김씨의 지갑에 현금이 거의 없어 최씨가 훔친 돈은 1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최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관제센터에서는 CCTV 1천여개를 관리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다 볼 수는 없어 최초 신고가 주효했다"며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주저 없이 방범용 CCTV에 설치된 비상벨을 눌러 달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