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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리뷰] 거미 콘서트, 소름 돋았던 ‘울보의 변신’
입력 2015-05-03 14:37 
사진= 씨제스
[MBN스타 박영근 기자] 우울하고 슬픈 내용으로 공연을 채웠을 것이라는 오해는 하지 마라.” 이별 노래 전문 가수 거미가 ‘확 변했다. 소소한 폭의 변화가 아니라 ‘변신 수준이었다.

지난 1일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 거미의 소극장 콘서트 ‘폴 인 메모리(Fall in Memory)에서 거미의 첫 곡 ‘지금 행복하세요가 이런 변신을 예감케 했다. 2003년 데뷔곡 ‘친구라도 될걸 그랬어부터 ‘기억상실, ‘어른아이, ‘미안해요까지 호소력 짙은 그의 보이스는 연인과 헤어진 대중의 마음속을 흔든 거미는 작심한 듯 보였다.

거미는 제 노래는 이별 노래가 많다. ‘지금 행복하세요가 유일하게 즐거운 곡 중 하나다. 빠른 곡에는 함께 흔들고 슬픈 노래에는 눈물을 흘려도 좋다. 오늘 함께 추억을 만들고 즐겨보자”라며 선곡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마이크에 증폭 장치를 달아놓은 듯 터질 듯한 가창력과 화려한 기교로 공연 초반부터 관객의 영혼을 쏙 빼놨다.

거미가 선보인 이번 콘서트의 포인트는 ‘편곡과 ‘댄스였다. 거미는 과거 음악경연 프로그램인 MBC ‘나는 가수다와 KBS2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편곡한 곡으로 우승한 바 있다. 거미는 경연 때 했던 편곡 노래들을 관객분들에게 많이 들려드리지 못했다. 각종 음악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 제 추억들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그때 당시 큰 호응을 얻었던 ‘영원한 친구, ‘날 떠나지마 ‘쿵따리 샤바라로 무대를 꾸몄다.



뜨거운 열기는 이날 게스트로 자리한 거미 12년 지기 가수 영지가 함께한 코너에서 잠시 식었다. 앞서 ‘준비 없는 이별 무대에서 어깨 동무를 하고 환상의 하모니를 선보이던 영지는 돌연 노래를 부르던 중 폭소를 터뜨렸다. 노래가 끝난 뒤, 자기 소개를 마친 영지는 우리가 한 소절을 빼 먹었다. 근데 웃긴 건 둘 다 까먹어서 잘 넘어갔다는 것이다”라며 남다른 우정을 선보였다.

사진= 씨제스


그의 밝은 진행과 함께 관객의 질문이 담긴 투표함을 오픈했다. 그는 ‘본명이 있는데 이름을 바꿀 생각 없느냐는 관객의 질문에 거미를 검색하면 온갖 종류의 거미가 나온다. 나는 버섯이 나온다”고 말해 보는 이들을 폭소케 했다. 이어 사실 거미가 눈물이 정말 많다. 어느 날 호텔을 지나가는데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벨 보이를 보고 ‘너무 추워 보인다며 눈물을 흘렸다”며 거미의 유리 감성을 폭로했다.

거미의 ‘친구라도 될걸 그랬어와 ‘기억상실, ‘어른아이를 부르니 당초 예상했던 120분의 시간이 훌쩍 넘어섰다. 그는 늦게까지 남아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이어진 앙코르 무대에 올라온 거미는 옷 갈아 입으면서도 ‘가시면 어떻게 하나 노심초사했다. 또 좋은 추억이 하나 생겼다”며 가수 데뷔 이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성대 결절 때문에 활동을 많이 못했었다. 작년부터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짙게 들었다. 하지만 여러분들을 보니 죄송스럽다. 팬들의 사랑을 보답하는 방법은 좋은 노래를 계속 보여드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무대에선 누구보다 카리스마 넘쳤던 ‘쎈 언니 거미가, ‘울보의 모습으로 무대의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사진= 씨제스


한편, 거미는 앞서 지난달 앨범 발매와 맞춰 서울 청계천을 시작으로 광주 충장로, 부산 해운대 거리에서 깜짝 버스킹 공연을 가졌다. 1500여 명의 시민들을 만난 그는 더 많은 팬분들과 호흡하기를 바랬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규모가 커진 콘서트장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박영근 기자 ygpark@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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