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볼티모어 흑인 사망 관련 경관 6명 기소한 35세 흑인 여검사 전국적 스타로
입력 2015-05-02 11:12  | 수정 2015-05-02 11:26
사진=MBN 방송캡처


1일(현지시간) 오전 볼티모어 시청 앞.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과 카메라 앞에 선 메릴랜드 주 검찰청의 메릴린 모스비 검사의 목소리는 처음에 가늘게 떨렸습니다.

볼티모어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을 폭동과 연대 시위의 물결 속에 몰아넣은 무거운 사건을 맡기에 35살의 여성 검사는 너무 어려보였습니다.

그러나 수사 결과를 전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점점 힘이 실렸고, 경찰 6명 기소 결정을 단호하게 발표하며 군중과 경찰에 대한 메시지까지 전달한 모스비 검사의 회견은 그 어떤 검찰 발표보다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볼티모어 경찰 6명을 기소한 이 흑인 여검사가 단숨에 미국 전역의 스타로 떠올랐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불과 4개월 전 미국 내 최연소 주 검사로 선출된 모스비가 경찰에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파격적인 기소를 결정했다는 사실 자체로도 주목받기 충분했습니다.

더욱 특별한 것은 그녀가 흑인이면서, 동시에 경찰 가족 출신이라는 점 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집단 모두에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모스비는 부모와 할아버지, 삼촌들을 포함해 집안에 경찰이 여러 명 있는 5대째 경찰 가족에서 자랐습니다. 할아버지는 매사추세츠주 첫 흑인경찰연합의 창립멤버이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17살 짜리 사촌이 마약상으로 오인 받아 모스비의 집 앞에서 또래에게 살해 당한 경험도 있습니다.

이러한 특별한 가족 배경 덕분에 모스비는 일찌감치 사법 정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스턴에서 자란 그녀는 앨라배마주 터스키기대를 졸업한 후 보스턴 로스쿨에 다니면서 볼티모어 주 검찰청에서 검사보로 일했습니다. 대학 시절 현재 볼티모어 시의원인 남편 닉 모스비도 만났습니다.

보험사에서 자문변호사를 하다가 지난해 11월 검사직에 출마했을 때부터 모스비는 경찰 범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혀왔습니다.

당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대다수의 경찰들의 자신의 목숨을 걸고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일부 부패한 경찰이 다른 경찰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경찰의 잔학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으며 경찰배지를 단 사람에게도 공평하게 정의를 행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조너선 케이프하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는 "그녀는 (경찰과 흑인) 두 집단에 모두 굳게 발을 딛고 있다"며 "볼티모어 경찰을 향해 넌지시 '당신들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고, 군중들에게 젊은 흑인 여성으로서 '내가 바로 당신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모스비는 이러한 자신의 상황을 이용해 이날 기자회견에서 폭동 시민들과 경찰 모두에게 힘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수사결과 발표 이후 볼티모어 시민과 다른 지역의 시위자들을 향해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는 당신들의 외침을 잘 들었다. 그러나 내가 그레이를 대신해 정의를 실현하려면 당신들의 평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진정을 요구했습니다.

또 볼티모어의 일반 경찰들에게는 "이들 6명에 대한 기소가 전체 경찰에 대한 기소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달라"며 "이들의 행위가 검경 관계에 어떤 해도 미치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쏟아진 갑작스러운 관심만큼이나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검사 선거 당시 모스비의 라이벌을 지지했던 워런 브라운 변호사는 "그레이 사건에 대한 모스비의 처리 결과는 모스비 부부의 정치적 포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수사 결과 발표 전 경찰 노조는 모스비 남편이 시의원인 데다 그녀가 그레의 가족의 변호사로부터 선거 후원금을 받은 적이 있어 이해가 충돌한다며 그녀를 수사에서 배제하고 특별검사를 선임할 것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예상과 달리 대배심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기소를 결정한 것을 놓고 그녀의 젊은 나이와 경험 부족 탓으로 돌리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직 검사인 이반 베이츠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퍼거슨 사건' 수사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생각해보라"며 "기소는 쉽지만 유죄 선고를 끌어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의 빠른 기소는 평소 그녀의 패턴에 그대로 들어맞는다"며 "경험이 부족한 탓에 지나치게 공격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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