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방미 일정을 마친 아베 신조 총리가 현직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미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를 찾아 세일즈 경제외교에 나섰다.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중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사과를 건너뛰어 거센 비난을 받고 있지만 지난달 30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아베 총리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아베 총리가 실리콘밸리를 찾은 것은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 전자산업이 삼성전자·LG전자 그리고 애플에 밀리는 위기상황 타개를 위한 혁신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 트위터의 딕 코스톨로 최고경영자(CEO), 지역 서비스검색회사 옐프의 제레미 스토펠먼 CEO, 차량공유서비스업체 리프트의 로건 그린 CEO 등 IT 리더들을 대거 만난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실리콘밸리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 기존 일본 기업들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실리콘밸리가 제공하는 모든 교훈과 기회를 받아들여 일본 기업들에게 그대로 전수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IT리더들과의 만남이 끝나자마자 미국의 새로운 혁신 아이콘으로 부상한 엘런 머스크 CEO가 이끄는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 본사를 방문, 빨간색 테슬라 모델S세단을 운전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아베 총리는 머스크 CEO와 일본 파나소닉과의 배터리 개발 파트너십 강화,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확대에 대해 논의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와도 만나 일본이 자랑하는 신칸센 고속열차 기술력을 집중 홍보한다. 브라운 주지사는 1300km에 달하는 고속철도 시스템 건설을 주정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에 앞서 스탠포드대학 강연에서 일본은 실리콘밸리 정신(spirit)과 창조성(creativity)을 모방해야 한다”며 실리콘밸리 역동성을 일본에 그대로 옮겨놓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는 200개의 일본 중소기업들을 실리콘밸리로 옮겨와 현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소기업을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야심인 것이다. 그러면서 이같은 노력을 재팬리그 야구선수를 메이저 리그 선수로 키워내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30명의 일본 기업인을 실리콘밸리로 데려가 사업 아이디어를 실리콘밸리 기업가·투자가들에게 소개하도록 한뒤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수 있을지 점검하는 프로그램도 추진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또 기존 대기업을 보호하는데 맞춰져있는 세제·규제시스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기존 시스템은 일본 국민들에게 종신고용 기회를 제공하는데 유용했지만 대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데 필요한 역동성을 앗아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은 아베 총리가 실리콘 밸리를 방문한 것만으로 일본내에서 기업가정신과 위험감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일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아베 총리 강연이 진행된 스탠포드대학 빙콘서트홀 앞에는 100여명의 한국·중국 유학생·교포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 시위대는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아베 환영하지 않는다. 위안부는 성노예였다. 공식적인 사과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진주만(폭격)과 남경대학살을 기억하라”라는 피켓을 든 채 역사왜곡 중단을 요구했다. 아베 총리가 현장에 도착했을때는 거짓말장이(liar)라며 야유를 퍼부었다.
[로스엔젤레스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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