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북한 인권 행사에서 북한 대표들 `추태`
입력 2015-05-01 16:56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인권유린 현실을 고발하는 자리에서 북한 유엔대표 직원들이 추태를 부려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주유엔 미국 대표부와 한국 대표부가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공동 개최한 북한인권 행사에서 북한 대표부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의사진행을 막는 등 비이성적인 행동에 나서 행사가 10여분간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북한 대표부 직원들의 조직적인 방해공작은 첫번째 증언자인 조셉 김(25)의 발언이 끝난뒤 곧바로 시작됐다. 90년대 북한 대기근때 성장한 김씨는 12살때 부친이 기아로 사망하고 모친은 행방불명이 된데다 누이가 음식을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탈출한 가슴아픈 가족사를 털어놨다. 김씨는 2006년 16살때 누이를 찾기 위해 위험스런 탈출을 감행했고 1년뒤 미국에 도착했다. 아직도 누이를 찾고 있는 김씨는 대학에서 국제경제를 전공하고 있다.
김씨 발언이 끝나자마자 연단 아래에 자리잡고 있던 이성철 북한유엔대표부 참사관이 갑작스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미리 준비한 성명서를 막무가내로 읽어 내려갔다. 사회를 맡고 있던 바버라 데믹이 발언권을 줄테니 나중에 견해를 밝히라고 요청했지만 이 참사관은 성명서를 다 읽을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행사장에 있던 다른 탈북자들이 그만 중단하라”고 고함을 질렀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채 ‘탈북자들은 조국을 버린 배신자들로 북한인권행사 자체가 북한 정권을 흔들려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의 일환이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다 읽은뒤 일방적으로 퇴장해 버렸다. 북한유엔대표부 직원들은 행사 시작전에도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자료를 배포하는 등 북한인권 행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유엔대표부 직원들이 모두 퇴장한뒤 나머지 2명의 탈북자 증언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제이 조(28)는 대기근으로 가족의 절반이 목숨을 잃은뒤 10살때 모친과 여동생과 함께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향했다. 조씨 가족은 10여년간 중국에서 도망자로 살면서 수차례에 걸쳐 단속에 걸려 북한으로 재송환돼 투옥되고 고문을 당했던 악몽같은 시간을 얘기했다. 어린 남동생과 여동생이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팔에 안겨 죽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북한 어린이들이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지원해줄 것을 호소했다.
김혜숙(53)씨는 13살때 노동수용소에 잡혀들어간뒤 28년간 노예처럼 살아야 했던 실상을 전했다. 수용소에서 공개처형 장면을 수없이 봤고 수용소에서 나온뒤 6년만에 다시 잡혀갔을 때 인육을 먹는 장면까지 봤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하기도 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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