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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의 휴먼터치] ‘보기와 다른’ 황재균, ‘팬心을 아는 스타’
입력 2015-05-01 06:50  | 수정 2015-05-01 06:54
애리조나 전훈캠프에서 황재균은 누구보다 열심히 몸만들기에 매달렸다. 올시즌 벌크업으로 가장 많이 발전한 타자로 꼽힌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요즘 인기가 너무 좋다.
롯데 이종운 감독은 야구에 대한 열정과 팀에 대한 헌신을 모두 갖춘 진짜 프로”라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4월의 팀 MVP로 꼽았다. 주초 적장으로 만났던 넥센 염경엽 감독은 현대 코치 시절 강정호(28·피츠버그)와 함께 집에 까지 데리고 가서 훈련하던 때를 회고하며 착한 노력을 많이 한 선수”라고 애정을 담뿍 담은 칭찬을 했다.
그런데 황재균(28·롯데)을 아끼는 지도자들마다 희한하게 닮은 서론. 보기와 다르더라”고.
제가 잘 웃지도 않고 표정이 좀 딱딱해서 그런지 잘 모를 땐 뚱하게 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다들 알고 나면 보기랑 다르다고 하시니... 야구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입니다. 생각했던 거랑 다르다는 말.”
꽤 잘생겨서 그런 것도 같고, 다부지게 각이 진 얼굴형이라 그런 것도 같다. 은근히 뺀질거리는 타입, 혹은 까칠한 성격으로 오해를 받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황재균은 테니스 국가대표 출신인 아버지(황정곤씨)가 엄격한 훈육으로 기른 아들이다. 학창시절 내내 아버지의 ‘통금 관리를 받았다. 자취생활 5년째인 부산 집에서 스스로 살뜰한 건강식을 꼬박꼬박 챙길 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한 스타일이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전경기 출전의 감투 기록을 이었다. 부상 없이 3시즌을 책임진 내야수라니 유연성은 틀림없을 듯?
엄청 뻣뻣합니다. 몸이 접히지를 않아요. 트레이너가 누르기로 스트레칭을 시도하면 온 체육관이 떠나가도록 비명을 지르죠.”
부상 없는 선수들의 1차 특징인 부드러운 몸이 아니라고 하니 여기서도 예상과 다른 유형이다. 다만 강단 있는 체질은 나란히 테니스선수 출신이셨던 부모로부터 물려받았을 게다.
또래들 가운데 고교 때 성적은 특출하지 않았다. 현대 입단 동기였던 강정호에게 결국은 유격수를 내주고 3루수로 옮겼다. 성적에 조바심내고 결과에 좌절하던 때가 있었다. 이제 프로 9시즌 째, 황재균에게 ‘경쟁의 의미는 예전과 같지 않다.

예전엔 한경기 한경기에 스트레스 받고 속상해했습니다. 지금은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이 승부가 끝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제 페이스를 지키면서 오래오래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승부의 결론은 아직도 멀었죠.”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담담하다.
계속 유격수를 했더라면 지금과 다른 선수가 돼 있었겠죠. 지금보다 더 잘 됐을 수도, 혹은 더 못됐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 건 제 몫이 아니었다는 거죠. 인생에선 ‘기회비용을 생각하는 게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한번 뿐인 삶이니까. 그래서 지난 일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는 편이다.
지난겨울 몸을 많이 키웠다. 힘이 좋아지면서 배트 무게도 늘렸는데 무리 없이 적응했다. 12홈런을 쳤던 지난해가 2011년에 이은 3년만의 두자리수 홈런이었다. 올해는 개막 첫 달에 벌써 7홈런을 넘겼다.
기술적으로 스윙은 전혀 손보지 않았어요. 그냥 몸을 잘 만들었는데, 파워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스윙이 좋아진 것 같아요. 편하게 치고 있는데 잘 맞고 있어서 솔직히 요즘 야구가 더 즐겁습니다.”
올 시즌 이루고 싶은 많은 목표가 있지만, 그중 첫째로 꼽는 것은 ‘가을야구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혼자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가치 있고 기쁠 것 같다”며 잔뜩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어려웠던 지난해를 겪어낸 뒤 똘똘 뭉쳐있는 지금의 팀 분위기가 어쩐지 좋은 예감이다.
감독님이 우선적으로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려고 애쓰신다”고 감사해한다. 이종운 감독에게 뭐라도 더 보여주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듯하다.
요즘 롯데의 팀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 톱타자 아두치와 함께 황재균의 파이팅이 타선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이렇게 야구를 열심히 한 뒤, 나중에 자신에게 주고 싶은 상이 있냐고 물었다.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데, 이는 우리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의 ‘흔한 소망이다. 각종 대회 출전과 전훈으로 여기저기 다녀도 한창 나이 때까지 막상 ‘여행을 떠나본 적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런데 행선지로 꽤 독특한 나라를 찍는다.
스페인에 가보고 싶습니다. 축구 보러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레알마드리드)의 애틋한 팬이다.
휴대폰 메신저 앱의 배경화면을 호날두의 사진으로 채우고 있는 황재균은 이 월드스타 공격수의 3,526만여명 트위터 팔로워 중의 한명이다. 탁월한 실력과 스타일, 자기관리가 맘에 들고 그라운드에서의 자신감도 너무 멋있다”며 진지하게 열을 올린다.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부를 많이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호날두의 뉴스들을 시시콜콜히 찾아보고 조목조목 감탄할 만큼 ‘팬심이 깊다.
호날두는 ‘스타 황재균의 좋은 롤모델이다. 그가 팬들에게 언제나 친절하고 상냥하게 응대한다는 것을 알고 난 뒤, 황재균도 팬을 소중하게 여기고 귀하게 대한다.
처음 부산에 내려왔을 땐, 알아보는 팬들을 낯설어 하고 사인을 피하기도 했거든요. 지금은 인사해주시는 팬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사정이 허락하는 한 사진도 잘 찍어드리고, 사인도 원하시는 대로 열심히 해드리고 있어요.”
누군가를 하염없이 응원하는, 그 맘을 아는 스타가 됐다. 스스로 그 맘을 가져본 덕분이다.
‘낭만팬心의 소망이 언젠가 꼭 이루어지기를. 지금 만나러 갑니다!” 한 줄의 트윗을 날리고 황재균이 스페인행 비행기를 탈 수 있을 날을 기대해본다.
[chicle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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