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부마에서 선거의 왕자가 된 김무성
입력 2015-04-30 11:58  | 수정 2015-04-30 17:53
오늘 아침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모습입니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김무성 대표를 업었고, 박수와 환호가 터졌습니다.

김 대표는 선거 유세동안 톡톡히 효과를 봤던 '새줌마' 앞치마를 당선인들에게 일일이 전달했습니다.

승자의 모습에서는 특히 야당까지 배려하는 여유까지 묻어났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표에게 이성을 잃었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사과까지 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오늘 아침 최고위원회의)
- "야당도 우리랑 머리 맞대고 새로운 정치 문화 만들기 위해 상생의 정치 되길 바랍니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수위를 높인 발언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오늘 아침 일부 신문은 김무성 대표를 가르켜 '선거의 왕자'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선거의 여왕'으로 불렀던 것에 빗대어, 이제는 김 대표를 '선거의 왕자'라고 부른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도움 없이, '박근혜 마케팅'없이 성완종 리스트라는 악조건을 넘어선 만큼 '선거의 왕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긴 합니다.

사실 김무성 대표에게는 '박근혜의 남자' '2인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습니다.

박근혜 없는 김무성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붙었을 당시 김무성 대표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전해지는 일화입니다.

김영삼 : 박근혜는 안된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이 된다.

김무성 :각하, 제가 친박에서 넘버원입니다. 제가 나가면 배신자됩니다. 각하 수하가 어디 가서 배신자 소리나 들어서야 되겠습니까?

김영삼: 니가 넘버원이었나? 몰랐다..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이른바 의리를 지켰습니다.

'공주의 남자'가 된 겁니다.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서 백의종군하며 잠시 소원해졌지만, 결국 지난 대선에서도 총괄 선대본부장으로 돌아와 박 대통령을 당선 시킨 일등 공신이 됐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의원(2012년 3월14일 백의종군)
- "저에게 가해진 억울함 때문에 정권 재창출에 누가 되는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되겠다. 그렇게 판단하게 된 겁니다. 뭐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그 내부에서 해결하지 않고 이혼을 해버리면 여러 가지 후유증이 남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공주가 여왕으로 등극하면서 김 대표의 마음은 조금 씩 멀어졌습니다.

특히 당대표로 나갔을 때 친박계가 서청원 후보를 노골적으로 밀었을 때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사이는 끝난 듯 보였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의원(6월28일)
- "박근혜 대통령 임기 1년 한 4~5개월 독선에 빠진 권력이라고 규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일부 그런 기미가 나타났습니다. 권력서열 2위부터 9위까지가 모두 PK출신이라는 게 여러분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공주의 남자, 여왕의 남자로 불리기보다는 스스로 왕이 되고자 했던 걸까요?

김 대표의 홀로서기 노력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친박계가 대거 연루되자 더 표면화됐습니다.

박 대통령 순방 당일 청와대로 가 친박계인 이완구 총리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직접 전달했습니다.

또 사태가 더 악화하자 박 대통령 귀국 전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이 총리의 사의표명을 압박했고, 박 대통령 사과까지 간접적으로 요구했습니다.

더 이상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거나 기다리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 승리는 그런 김무성 대표의 홀로서기가 끝났음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셈이 됐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왕자에 불과합니다.

언론들은 김무성 대표를 '왕'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아직은 홀로서기를 더 검증해봐야 하고, 왕은 버젓이 존재하고 있기때문입니다.

사도세자처럼 왕자가 왕이 되지 못한 사례도 있습니다.

왕의 권좌에 앉기까지는 많은 음모와 저항을 넘어서야 합니다.

김무성 대표에게는 새로운 대항마가 등장할 것이고, 친박계의 움직임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겁니다.

공주의 남자, 즉 부마가 왕이 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김무성 대표의 앞날이 궁금해집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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