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부업` 재미본 은행들 1분기 잠깐 웃었다
입력 2015-04-29 17:31  | 수정 2015-04-29 20:19
올해 1분기 주요 금융그룹이 세간의 예측을 웃도는 깜짝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1%대로 내려간 '역사적 저금리' 시대가 무색하게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1분기 '화려한 불꽃'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휘몰아칠 저금리 파장을 앞두고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분기를 정점으로 올 한 해 내내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란 얘기다.
29일 우리은행은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2908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 1630억원 적자 늪을 탈피해 턴어라운드(흑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에 올린 순이익(3228억원·우리금융지주)보단 이익이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전년 실적은 예전 식구였던 우리아비바생명, 우리투자증권 실적이 포함된 수치로, 이를 빼고 계산하면 이익이 30.5%나 증가했다. 곽성민 우리은행 부부장은 "주식시장이 좋아지면서 일선 창구에서 펀드 등 금융상품이 좀 더 팔린 데다 인천공항에 지점을 세운 덕에 외환 수익도 늘었다"며 "지난해 1분기 실적이 워낙 좋지 않은 것에 따른 착시현상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지주 역시 시장 평가를 훨씬 웃도는 우수한 성적을 냈다. 1분기 60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신한을 누르고 지주사 중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이익이 무려 68%나 늘었다. 이자수익(1조5369억원)이 지난해 1분기 대비 0.4% 줄었지만 수수료 수익이 3134억원에서 3821억원으로 크게 늘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은 것이다. KB국민카드 합병과 관련해 세무당국에 내야 했던 법인세 중 1803억원을 1분기에 돌려받은 영향도 컸다. 4대 금융지주인 KB, 신한, 하나는 물론 우리은행까지 줄줄이 지난해 1분기 대비 껑충 뛴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통상 금리가 내려가면 은행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내려가 수익이 줄어드는데 유독 올해 1분기에는 관행을 거스르는 '역주행 랠리'를 펼친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은행들이 1분기 훌쩍 오른 채권을 상당수 내다판 영향이 컸다. 금리가 내려가면서 가격이 오른 채권을 그대로 들고 있으면 수익에 반영되지 않지만 이를 팔아 이윤이 나면 재무제표상 수익으로 기록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기준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채권값이 상투를 치자 은행이 이를 일부 매각해 회계상 대거 반영했다는 것이다.
코스피가 불 같은 랠리를 펼치는 것도 실적이 좋아진 배경이다. 은행 창구에서 주가연계증권(ELS)을 비롯한 금융상품이 많이 팔리자 은행 수수료 수익도 덩달아 점프했기 때문이다. 카드나 보험 등 다른 계열사들이 '선방'한 것도 실적 개선 배경 중 하나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은행 실적이 올라간 것은 채권 매각, 주가연계 상품 판매를 비롯한 비이자수익이 대거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올해 1분기를 정점으로 실적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안심전환대출 여파로 줄어든 은행 이자수익이 2~3분기 재무제표에 집중 반영될 것으로 보여 일선 은행은 비상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지금 상황은 금리가 떨어져 은행 메인 먹거리인 이자수익이 줄어든 것을 수익증권에서 나온 수익으로 간신히 메우는 구조"라며 "수익을 촘촘히 관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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