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장기투자·저평가株·고수익 다 잡았다
입력 2015-04-27 17:30  | 수정 2015-04-28 00:50
2010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열풍에 이어 올해 제약·화장품 업종 급등처럼 국내 주식시장은 강세장에서 뜨는 종목만 무섭게 오르는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펀드 투자도 하나의 펀드를 우직하게 오래 들고 가기보다는 1~2년에 한 번씩 '갈아타기'를 잘해야 투자 수익이 높다는 것이 어느새 정설처럼 돼버렸다.
하지만 가치주 장기 투자를 표방하는 일부 펀드들은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높은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유행에 치우치지 않고 실적이나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이나 배당 수익이 안정적으로 높은 종목을 선제적으로 골라내 장기 투자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가치주 투자를 표방하며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2006년 4월 18일 대표 펀드로 내놓은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가 최근 설정 9주년을 맞았다. 펀드 이름에서 제시한 10년 장기 투자까지 이제 불과 1년을 남기고 있는 셈이다.
이 펀드는 2006년 4월 18일 처음 설정된 이래 지난 24일 종가 기준으로 만 9년 동안 누적 수익률 172.16%를 기록했다.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설정액 3000억원 이상인 13개 주요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10년째 운용되는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꾸준히 플러스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가 5%가량 하락했던 지난해에도 0.97% 수익을 냈다. 안정적인 성과에 설정액도 1조5431억원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다.
이 펀드는 지난 1월 말 기준 금융·소재·공공재 업종을 시장 평균 대비 많이 담고 있다. 공통적으로 성장성이 높지 않지만 저평가돼 있고 이익 안정성이 비교적 좋은 대표적인 가치주 업종이다. 개별 종목으로는 한국가스공사 LG 현대차 한국전력 현대모비스 현대해상 롯데쇼핑 등을 많이 담고 있다. 이들 종목의 과거 1년 실적 기준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9.63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5배로 저평가 종목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은 "정통 가치주 투자에 대해 일각에서는 너무 단순한 것 아니냐며 폄하하는 의견도 있지만 저평가된 종목에 대한 장기투자 원칙을 지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 "10년 투자는 장기 투자 철학을 담은 수식어로서 앞으로 20년, 30년 이상 장기 투자 펀드 철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5년 중기 성과를 놓고 보면 중소형 종목 위주 가치주 투자 펀드들이 성과에서 좀 더 앞서 있다. 2007년 9월 처음 설정된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중소형FOCUS' 펀드는 최근 5년 수익률이 131.15%로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펀드 역시 2008년 한 해를 제외하고 꾸준히 플러스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수익률이 일시적으로 흔들리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 연초 이후 수익률 23.53%를 기록하면서 펀드매니저의 높은 운용 역량을 보여줬다.
이 펀드의 운용을 맡고 있는 민수아 삼성운용 밸류주식운용본부장은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퀄리티 주식(Quality Stock)'을 발굴해 장기 투자함으로써 복리 효과를 최대한 누린다는 운용 철학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장기 투자를 한다고 펀드 수익률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한국투자골드플랜연금' 펀드는 최근 5년 수익률이 10.72%, 9년 수익률은 29.41%에 불과하다.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와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미래에셋라이프사이클2030연금' 펀드도 최근 5년 수익률이 8.07%, 9년 수익률도 41.46%에 그쳤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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