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SK C&C·SK합병` 후 빨라지는 SK 지배구조 개편
입력 2015-04-23 17:17  | 수정 2015-04-23 23:36
SKC와 SK케미칼이 올해 1분기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들의 계열분리 시기가 앞당겨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2일 SKC는 전년 동기 대비 93.7% 증가한 6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화학부문이 지난해(193억원)보다 2배가 넘는 영업이익(408억원)을 기록하며 SKC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SKC솔믹스, 바이오랜드, SKC에어가스 등 자회사 합산 영업이익도 100억원대에 진입하는 등 SKC와 그 관련회사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는 분위기다.
SK케미칼도 아직 실적 발표 전이지만 증권가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5.7% 증가하고 순이익은 흑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K케미칼의 손자회사인 SK D&D도 부동산 개발 매출이 증가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749억원으로 전년 대비 34.4% 늘고 영업이익은 252억원으로 156.1% 증가했다. 이에 따라 SKC와 SK케미칼 주가는 나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SKC는 40%, SK케미칼은 22% 올랐다.
SK케미칼과 SKC의 실적 개선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SK그룹에서 계열분리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현재 SK와 SK C&C 합병으로 최태원 회장이 그룹 장악력을 높임에 따라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SK텔레콤 분할합병과 함께 향후 가능한 시나리오로 빠지지 않는 게 SK케미칼과 SKC의 계열분리다. 이들 회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인 최신원 SKC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SK그룹은 두산그룹 등과 달리 '사촌경영'의 전통을 가지고 있지 않다.
특히 SK케미칼과 그 자회사인 SK가스는 지분 구조상 이미 SK그룹과 분리돼 있어 계열분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SK케미칼의 최대주주는 최창원 부회장 등 10인으로 16.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SK그룹 관계자는 "증권가 컨센서스와 달리 올해 1분기 실적이 작년 1분기 실적보다도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 기대만큼 실적이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계열분리를 논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SK브랜드와 SK그룹 지원 없이 '홀로서기'에는 역부족 아니냐는 분석이 많아 계열분리가 먼 장래에나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최근의 실적 상승세가 앞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의 독립 의지가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SKC와 SK케미칼에 대해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창원 부회장이 13.17%의 지분을 가진 SK케미칼과 달리 SKC는 최신원 회장이 가진 지분이 1.62%에 불과하다"며 "SKC의 경우 단기간 내 계열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한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SKC는 오히려 SK그룹 계열사와 거래 비중을 높이려는 분위기"라며 "SKC가 4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부품업체 SKC솔믹스는 그동안 삼성전자 의존도가 컸지만 최근 SK하이닉스에 대한 납품을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2일 SKC의 비상장 자회사인 SK텔레시스는 유상증자 및 증여를 통해 최신원 회장의 지분율이 종전 17.3%에서 4.16%로 낮아졌다고 공시했다. 또한 지난달 최신원 회장은 SKC 등기이사 및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SKC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보고 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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