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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와 MVP의 대결, 먹을 것 많았던 잔치
입력 2015-04-23 13:23  | 수정 2015-04-23 13:25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MVP의 역투 장면. 사진(美 샌프란시스코)=ⓒ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샌프란시스코) 김재호 특파원] 소문대로 먹을 게 많은 잔치였다. MVP 명성이 아깝지 않은 선발 대결이었다. 승부의 신은 둘에게 공평한 결과를 내렸다.
LA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매디슨 범가너는 23일(한국시간) AT&T파크에서 열린 시리즈 2차전 경기에 나란히 선발 등판했다.
이날 경기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와 월드시리즈 MVP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있는 선발 맞대결이었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커쇼가 93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3피안타 1볼넷 9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고, 범가너는 109개의 공을 던지며 6 1/3이닝 6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감독들도 인정한 매치업
메이저리그 감독들은 보통 선발 매치업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보통인 경우다. 이날은 달랐다.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두 선수 모두 재능 있고, 겸손한 선수들이다. 정말 멋진 매치업이다. 투수 간의 매치업뿐만 아니라 상대 타선과의 대결도 재밌을 것”이라 예상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양 팀 모두 이날 매치업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커쇼도 상대 타선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한 점도 내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팀 감독의 예상대로, 이날 양 팀 선발 투수는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커쇼는 지난 등판에 비해 더 좋아진 모습이었다. 패스트볼도 94~95마일로 예전 구속을 되찾았고, 슬라이더도 위력이 돌아왔다. 커브 구사 빈도도 초반부터 많았다. 전형적인 커쇼의 모습이었다.
범가너도 92~94마일의 묵직한 패스트볼과 커브, 슬라이더를 앞세워 다저스 타선을 상대했다. 상대 타자들이 공을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다. 4회까지 안타 2개를 내줬지만, 모두 빗맞은 타구였다.

첫 실점한 커쇼, 위기 넘긴 범가너
3회 커쇼가 먼저 위기를 맞았다. 2회까지 단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던 커쇼는 3회 무더기 출루를 허용하며 실점했다. 하위 타선을 막지 못했다. 호아킨 아리아스에게 중전 안타, 브랜든 크로포드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두 번 모두 유리한 볼카운트를 살리지 못했다.
이어 아오키 노리치카의 유격수 땅볼 때 추가 진루가 이뤄지며 실점했고, 맷 더피의 중전 안타가 터지며 2실점이 됐다.
범가너는 1회부터 3회까지 연속 출루를 허용했지만, 추가 진루를 허용하지 않으며 버텼다. 5회 후안 유리베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이날 첫 선두 타자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진 A.J. 엘리스의 3루 땅볼 때 추가 진루가 이뤄지며 처음으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다. 다음 타자는 커쇼. 커쇼는 번트대신 정공법을 택했지만, 4구만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다음 타자 지미 롤린스도 2루수 앞으로 힘없이 굴러가는 타구로 아웃됐다.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MVP의 역투 장면. 사진(美 샌프란시스코)=ⓒAFPBBNews = News1

실점 후 각성한 커쇼
커쇼는 실점 이후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커브가 원하는 대로 들어가지 않자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심판이 던져준 공을 맨손으로 잡기도 했다.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을 때 나오는 행동이다.
그에게 실점은 각성제 역할을 했다. 4회부터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여섯 타자를 연달아 아웃 처리했다. 그중 5개는 삼진이었다.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가 모두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다.
백미는 앞선 타석에서 볼넷으로 내보냈던 크로포드와의 승부였다. 슬라이더만 내리 3개를 던지며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6회 연속 아웃 행진이 끊겼다. 골치 아픈 타자 아오키를 내야안타로 내보냈다. 다음 타석에서 견제가 걸렸지만, 아오키가 재치 있는 주루로 이를 피했다. 다저스 더그아웃은 스리 피트 아웃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흐름이 끊겼지만, 커쇼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다음 타자 더피를 8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잡고, 동시에 도루를 시도하던 아오키까지 아웃시키며 위기를 넘겼다.
투구 수는 커쇼가 더 적었지만, 팀은 지고 있었다. 커쇼는 7회초 타석에서 알렉스 게레로와 대타 교체되며 이날 투구를 마쳤다. 평균자책점은 4.07로 떨어졌다.

마지막 고비를 못 넘긴 범가너
범가너도 무실점 행진을 이었다. 투수도 잘 던졌지만, 타자들도 못 쳤다. 이날 다저스 타선은 범가너를 공략하기에는 너무 약했다. 전날 패배 이후 연승 흐름이 끊기며 타선도 침체된 상태였다.
다저스는 우타자 크리스 하이지를 마이너리그에서 콜업, 잘 나가던 작 피더슨 대신 투입하고 저스틴 터너까지 1루수로 기용하며 타자 8명을 우타자로 배치하는 타선을 내보였지만, 범가너를 넘지 못했다.
실점 이후 바로 이어진 4회초에는 하위 켄드릭, 스캇 반 슬라이크가 모두 초구에 방망이가 나가며 범타로 아웃됐다.
6회 2사 1, 2루 위기가 있었지만, 크리스 하이지를 3루 앞 땅볼로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6회 투구 수 100개를 넘긴 범가너였지만, 힘이 남아 있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는 실수였다. A.J. 엘리스를 좌전 안타로 내보낸데 이어 대타 게레로에게 좌월 2점 홈런을 얻어맞으며 동점을 내줬다. 그의 마지막 투구였다. 시즌 두 번째 승리 도전도 허무하게 날아갔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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