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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SM과 엑소 중국인 멤버들의 ‘동상이몽’
입력 2015-04-23 12:12  | 수정 2015-04-23 12:2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전설들은 같은 하늘을 보지만 두 개의 땅을 밟을 것이다.' 그룹 엑소(EXO)의 지난 2011년 데뷔 쇼케이스 오프닝 영상에는 이러한 자막이 새겨있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문구가 불길하게 해석될 만하다.
벌써 세 번째다. 엑소의 중국인 멤버 탈퇴가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 루한에 이어 이번엔 타오다. 지난달 31일 중국에서 개인공작소(개인기획사)를 설립한 레이까지 더하면 사실상 네 번째다. 엑소 12명 중 중국인 멤버 4명 전원이 팀에서 이탈한 모양새다.
타오 아버지는 지난 22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아들의 계약 해지를 암시했다. 그가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는 아들의 건강 걱정과 SM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데 대한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다.
SM 측은 "타오 아버지와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도록 대화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으나 긍정적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과 며칠 전 타오의 탈퇴설이 불거졌을 때 "사실무근"이라고 했던 SM이다. 잘해봐야 레이처럼 타오도 중국에서 1인 활동을 보장하고 지원해주는 정도일 것이다.

타오 아버지의 말을 온전히 믿는 가요 관계자들은 드물다. '건강 문제'는 핑계일 뿐, 곧 크리스와 루한처럼 그 역시 중국에서 거액의 제안을 받고 독자적인 활동에 나설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유독 중국인 멤버들만 분쟁을 일으키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문화적 차이에 따른 그들의 고충이 있었다 하더라도 결국 인기와 부를 쫓아 떠난 '배신자' 이미지를 지우기 힘들다. 팬들도 그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소속 가수들 통제가 되지 않고 있다. 곳곳에서 잡음이 계속 터져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SM 아이돌을 거론할 때면 여러 찬사 못지않게 '돈벌이 수단' '혹사' 등의 부정적인 표현도 함께 나오고 있다.
SM은 엑소를 기발한 전략으로 데뷔시켰다. 한 팀을 처음부터 두개로 나눴다. 엑소케이(EXO-K)와 엑소엠(EXO-M)이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언어만 다른, 같은 곡과 퍼포먼스를 발표하고 활동했다.
엑소엠에는 중국인 멤버들이 대거 포진했었다. 두 팀이 합쳐지면 위력은 배가됐다. 세계 최대 음악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잡겠다는 포석이었다. 한국 가수의 중국 현지화보다 효과적인 전략이다. SM의 야망이 엿보였다.
그러나 SM과 엑소 중국인 멤버들(또는 그의 부모)의 꿈은 태생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어차피 비지니스 관계다. 각자의 실리가 중요하다. 실리를 쫓다가 신뢰를 잃을 수도 있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 한국 시장의 수백배 중국 팬들의 충성도를 떠올리면 그들에게 손해볼 게 없는 싸움이다.
국내 소속사가 외국인을 전속계약서로 붙잡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 중국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연예인 표준계약서를 잣대로 그들을 대입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나 통하는 법이지, 외국인 입장에서는 국제법상 얼마든지 계약의 부당함을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타오 아버지는 "마지막 망설임을 떨치고 마침내 결심했다. 부모에게 있어 자식의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지 않나. 우리가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아들의 건강과 평안"이라고 했다. 더불어 그는 "아직도 타오는 이런 이기적인 아버지를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다"면서 아들을 감쌌다. 그는 엑소 팬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도 내보이며 진심어린 부정(父情)을 강조했다.
하늘은 하나지만 다 같을 수 없다. SM의 중국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물론 날씨는 시시각각 변한다. 한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엑소의 하늘은 곧 다시 화창해질 것이다. 다만 2000년대 최고 인기그룹 동방신기가 2인(유노윤호·최강창민) 체제팀과 JYJ(준수·유천·재중)로 분리돼 하늘을 양분한, 한국 가요계 전체로서는 뼈아팠던 순간이 떠오르는 때다.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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