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치고 빠지는 광고 대박 ‘스타카토 전술’ 아시나요?
입력 2015-04-23 11:45 

옛날 광고가 불특정 다수를 향해서 두리뭉실한 메시지를 느린 속도로 쏘아대는 대포였다면 요즘 광고는 정확한 타겟을 향해 날카로운 메시지를 빠르게 쏘아대는 소총이라 할 수 있다. 광고 매체 가운데 전통적인 ‘대포로 통했던 TV광고가 최근 부스터를 장착하고 몰라보게 민첩해졌다.
예전엔 TV광고를 한번 집행하면 3개월 온에어는 기본이었다. 그래야 사람들이 어느 정도 그 광고에 대한 노출을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수 년 전부터 특히 통신사 광고를 필두로 ‘한 달이라는 온에어 기간이 길게 느껴질 정도로, 보름간 혹은 일주일, 급기야는 딱 하루 온에어 되고 사라지는 광고까지 등장하게 됐다.
‘미투데이라는 SNS 브랜드 광고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투데이는 브랜드네임에 맞게 매일매일 다른 소재로 수십 개의 광고를 온에어 시켜 화제가 된바 있다. 위 사례처럼 TV광고의 온에어 기간이 짧아진 것은 제작된 영상 컨텐츠가 TV만이 아니라 소위 N스크린이라 불리는 온라인과 모바일 미디어로도 동시에 보여지면서 짧은 기간만으로도 타겟으로의 도달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 이후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요일 별로 매일 다른 소재를 내보내는 광고 캠페인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고 마침내 하루 중에서도 시간대 별로 소재를 달리하는 실시간 광고까지 내보내는 광고캠페인이 등장하게 됐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점점 더 치열해져가는 아웃도어 시장에서 차별화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실감나는 1인칭 시점의 핸드헬드 촬영 기법과 함께 실시간 타임 마케팅 기법을 가져왔다. 아웃도어 활동이 많은 토요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 시간대별로 ‘토요일 오전 11시. 지금. 당신. 어디 같은 맞춤형 카피를 이용해 그 시간에 할 수 있음직한 비오는 날의 등산, 계곡 트레킹, 거친 바위산 오르기, 바람 부는 들판 등의 다양한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영상으로 보여주고, 같은 시간대 인도어에서 TV나 모바일로 영상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아웃도어로의 행동 유발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MOVE NOW 캠페인을 선보였다.
요즘은 네파 뿐만 아니라 많은 TV광고들이 효율적인 미디어 바잉과 스피디한 집행으로 짧게 짧게 끊어서 내보내는 소위 ‘스타카토 전술을 즐겨 쓰는 추세다.
지금 광고계의 핫 이슈가 되고 있는 게임광고도 엄청난 물량을 장전하고 스타카토식 TV광고 전술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전투는 계속 된다” 라는 기치를 걸고 나온 클래시 오브 클랜. 어느 날 이 게임광고가 TV에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쑥덕대기 시작했다. 뭐지? 새로운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왔나? 편도 다양하고 아니 1분짜리 광고까지? 대체 정체가 뭔데 비용이 만만치 않은 TV광고를 저렇게 적극적으로 집행 수가 있지?
광고를 앞세운 이 게임의 흥행 여세를 모아 다수의 게임업체들이 공중파 TV에 게임광고들 선보이기 시작했다. TV광고로 시장에 첫 선을 보인 후 게임 다운로드를 유도하고 그 후 반응을 살피는 전략이다. 게임 비즈니스의 성격과 스타카토식 TV광고 전술은 궁합이 잘 맞는다. 여러 게임을 내놓고 그 중에 성공하는 게임을 미는 비즈니스 전략처럼 광고도 소재를 계속 바꾸며 짧게 치고 빠지는 미디어전술을 구사하며 소비자들의 반응을 본 후 아니면 바로 내리고 새로운 소재로 바꾸는 것이다.
게임광고들은 TV만이 아니라 타겟의 동선에 맞춘 버스광고 지하철광고 등의 옥외광고와 온라인, 모바일 광고 등을 이용해 정확한 타겟으로의 접근도 병행하고 있다. 물론 옥외광고도 길게 걸지 않는다. 하나가 아닌 다양한 메시지를 던지며 효과가 있는 쪽으로 바로 바로 바꾸기도 한다.
소총으로 정확히 맞추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오늘의 미디어 전략이 대포와 소총의 균형 잡힌 협업을 통해 전광석화처럼 짧고 빠르게 치고 빠지는 전술로 진화해가는 듯 하다.
전세계 사람들이 똑같은 청바지 브랜드를 입고 다니며 똑같은 브랜드의 커피를 마시고 똑같은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거의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게 되면서 지구가 한없이 작아지고 있는 중이다. 작아지고 있는 지구 속에서 우리나라의 광고, 마케팅 비즈니스가 시장과 트렌드에 더 민첩해지고 기민해져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일기획 백만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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