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사 건전성 검사때 개인제재 않기로
입력 2015-04-22 17:50  | 수정 2015-04-22 20:05
진웅섭 금감원장
■ 50년만에 감독방안 대수술
1960년대 출범한 은행감독원 시절부터 50년 넘게 이어져온 금융감독 관행이 내년부터 대대적으로 바뀐다. 검사 착수부터 결과 통보에 이르기까지 감독당국 편이 아닌 감독 대상 입장에서 진행된다. 금융사 임직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로 '금융판 권리장전'도 제정된다.
하지만 감독당국이 제재할 경우 잘못을 저지른 금융사는 큰 규모의 과징금을 각오해야 한다.
2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2차 금융개혁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사에 대한 검사·제재 개혁 방안이 확정됐다.
우선 그동안 수시로 이뤄졌던 현장검사가 줄고, 상시감시 체제가 구축된다. 당국은 현장검사를 '건전성 검사'와 '준법성 검사'로 나누어 상시감시를 하던 중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한다. 건전성 검사 때는 개인이 아닌 기관에 대해 제재를 취하기로 했다. 준법성 검사 역시 충분한 정보와 혐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진행되며, 검사 결과 문제가 발견되면 당국은 금융사 임원만 직접 제재하고 직원 처벌은 금융사에 맡긴다.

새 검사 시스템은 은행이나 중·대형 금융투자사, 보험사, 여신전문사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된다. 추후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사로 확대 적용된다. 기관이 아닌 사람 중심 제재가 금융권 보신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라 개인·신분 제재 대신 기관·금전 제재가 강화된다.
관련법 개정을 통해 과징금 수준이 크게 오른다. 지난해 기준 금융위 평균 과징금 액수는 2억7000만원으로, 방송통신위원회(58억4000만원)·공정거래위원회(71억2000만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와 관련해 기관·금전 제재에 관한 법령이 약한 현실에서 개인 제재를 무조건 폐지하면 검사 제재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전 제재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쪽으로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령 개정은 국회와 논의해야 하는 사항이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과도기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관 제재의 경우 신규 사업 추진이 위축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검사와 제재 틀이 근본적으로 전환됨으로써 금융산업 및 금융업 종사자에게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며 "새로운 검사와 제재가 금융 현장에서 뿌리 내리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당국 의지와 더불어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등 금융사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개월 가까이 걸렸던 검사처리 기간도 대폭 단축된다. 당국은 건전성 검사는 2개월 이내로, 준법성 검사는 제재심의위원회 심의가 필요 없으면 검사 종료 후 3개월 안에 결과 통보까지 끝내기로 했다. 금융사 임직원의 심리적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일정 기간 경과 후 문자메시지 등으로 진행 상황을 알려준다.
당국은 금융개혁회의 자문단이 제안한 금융사 임직원 '권익보호기준(Bill of Rights)' 제정을 적극 수용할 계획이다. 권익보호기준이란 금감원 검사권 오·남용에 대해 금융사가 갖는 권리를 명시한 것이다. 금융사 임직원이 본인 의견과 다른 진술(확인서·문답서 등)을 하도록 강요받지 않을 권리와 강압적 검사를 받지 않을 권리 등이 포함된다.
당국은 '방어권' 보장 방안 마련도 검토하기로 했다. 방어권이란 제재심 과정에서 금융사와 임직원이 금감원 검사 담당자와 동등한 발언 기회를 부여받는 식으로 해명과 자기방어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민상기 금융개혁회의 의장은 "과거에는 규제 완화를 추진하다가도 금융사고가 터지면 신규제·재규제가 생기는 바람에 '규제총량 불변의 법칙'이란 말까지 생겼다"며 "금융사고에 대한 일벌백계는 필요하지만 보다 초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섭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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