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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대패에서 발견한 희망 ‘겁없는 영건’
입력 2015-04-22 06:01 
5선발 진야곱은 자신감 있는 투구로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증명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두산 베어스가 대패(大敗)속에서 겁 없는 영건들의 역투라는 희망을 발견했다.
두산은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정규시즌 경기서 0-12, 완패를 당했다. 4연승의 좋은 흐름이 깨진 것도 아픈 결과였지만 선발 유네스키 마야가 무너지고 타선이 침묵한 내용도 쓰렸다. 이처럼 아픈 기억만 남을 듯한 두산의 완패였지만 그 속에도 희망은 있었다. 바로 젊은 투수들의 역투였다. 좌완 진야곱(26), 우완 남경호(19), 좌완 이현호(23)는 패기 넘치는 투구를 펼쳐 다음 등판을 기대하게 했다.
출발은 암울하기까지 했다. 지난 9일 잠실 넥센전서 노히트노런 역투를 펼친 마야는 이후 첫 등판이자 장소를 바꿔 다시 치른 ‘리매치서 3이닝 11실점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향후 등판도 우려를 남긴 내용. 최근 완연히 살아났던 흐름의 타선도 올 시즌 2번째 영봉패에서 알 수 있듯이 경기 내내 침묵하며 상승세가 완연히 끊겼다.
희망은 있었다. 경기 종료 이후 김태형 감독은 선발투수가 초반 많은 실점을 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젊은 투수들이 좋은 투구를 한 것은 1패 이상의 수확이라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의 말대로 이날 마야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의 호투는 인상적이었다. 진야곱-남경호-이현호의 3명의 투수는 도합 6이닝을 6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는 역투를 펼쳤다. 2회까지 11득점으로 활활 타올랐던 넥센 타선은 이후 단 1득점으로 기세가 한풀 꺾였다.
마야에 이어 4회부터 좌완 진야곱이 바톤을 받았다. 5선발 자원인 진야곱은 지난 19일 두산의 경기가 우천으로 연기되면서 불펜으로 이동했다. 선발 로테이션이 한 차례 밀리면서 중간으로 나와야 했던 상황. 마야가 무너지면서 예상보다 더 이른 시점에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총 59구를 던지며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세가 한껏 오른 넥센 타선을 2⅔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막았다. 5회 선두타자 볼넷 이후 야수선택과 땅볼, 실책,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준 것은 아쉬운 내용이었다. 하지만 다소간의 불운도 섞인 결과였다. 이후에도 진야곱은 산발 안타를 맞으며 위기를 맞았지만 고비마다 탈삼진을 솎아내며 추가실점을 막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진야곱을 5선발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고 있는 이유를 보여준 내용이었다.
7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루키 남경호의 투구도 인상적이었다. 2015신인드래프트서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았고 올해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한 남경호는 갓 프로에 올라온 그야말로 루키 중의 루키다. 지난해 2군 대만 캠프와 스프링캠프를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은 남경호는 시범경기 깜짝 등판으로 1군 코칭스태프에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만 19세 루키 남경호는 눈부신 데뷔전을 치렀다. 사진=두산베어스 제공
0-12로 뒤진 6회 2사 주자 없는 상황. 이미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남경호는 선배들을 두들긴 넥센 타선을 상대로 겁없이 공을 뿌렸다. 6회 첫 타자 김지수는 4구만에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어 7회 투구가 압권이었다. 넥센의 3-4-5번을 3연속 삼자범퇴로 틀어막았다. 7회 첫 타자 김민성을 6구만에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어 교체된 타자 임병욱은 3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냈다. 이어 문우람마저 6구만에 루킹 삼진으로 아웃시키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총 투구수는 19구. 호투를 펼친 남경호는 8회 이현호와 교체돼 이날 투구를 마쳤다.남경호의 생년월일은 1996년 4월7일로 데뷔전은 그의 만 19년 14일째 되는 날이었다.
마지막으로 바톤을 받은 이현호도 유종의 미를 거뒀다. 1이닝 동안 2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2개의 탈삼진도 솎아내며 실점을 하지 않았다. 선발 자원은 물론, 롱맨과 원포인트 릴리프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자신의 가치를 한 번 더 보여준 내용이었다.
사실 표본이 적은 1경기 활약. 거기에 접전이 아닌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나온 인상적인 호투이기에 그리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경기 15득점에 이어 2회까지 11점으로 폭발하기 시작한 넥센을, 그것도 적지인 목동구장에서 상대하면서 보여준 투구라는 점이 특히 주목할만한 점이다.
3명의 투수가 6이닝 동안 허용한 볼넷은 단 1개. 자신감과 배짱, 그리고 제구력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결과다. 동시에 이런 대담함은 아무리 큰 점수차와 넘어간 리드라고 해도 나오기 쉽지 않은 요소이기도 하다. 패배의 폐허에서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어 보였던 두산이 ‘겁 없는 신예들이라는 희망을 건져 올렸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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