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콜센터의 진화…빅데이터로 고객감정까지 읽는다
입력 2015-04-21 18:00  | 수정 2015-04-21 20:21
"금천구 독산동에 사는 사람입니다. 다른 카드사는 하루가 멀다하고 할인 행사를 하는데 왜 신한카드만 혜택이 없나요?"
서울 금천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신한카드를 쓰던 40대 주부가 화가 나서 콜센터에 전화를 했다.
목소리는 그 즉시 문서로 변환돼 콜센터 상담원 모니터를 채운다. 조용한 화면에는 어느새 붉은 경고창이 떴다. '소비자 감정 상태 격앙. 강도 매우 높음.'
긴장한 직원이 의자를 당겨 앉아 마른침을 삼킨다. 그 순간 금천구 일대 신한카드 할인 매장이 상담원 화면에 뜬다. 숙련된 직원의 부드러운 설명이 이어진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근처 홈플러스 금천점에 가시면 삼겹살을 사실 때 15% 할인 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푸르밀우유도 할인받을 수 있는데 여길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영화에서나 나올 만한 광경이지만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신한카드가 이르면 다음달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데이터 로봇 콜센터 솔루션'을 전격 도입한다. 빅데이터 경영을 화두로 내건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실험이 콜센터로 향한 것이다.
이를 위해 상담을 녹음한 내용을 자동으로 문서로 변환하는 솔루션을 도입하고, 빅데이터 로봇으로 문서를 훑어 소비자의 감정까지 읽어낸다. 이를 토대로 소비자 요구사항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문서로 변환한 상담내용을 모아 신상품 개발 원천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신한카드의 복안이다.
3~4개월간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올 하반기 정식 서비스를 개시할 전망이다. 한국에서 콜센터에 빅데이터 시스템을 도입해 마케팅 원천으로 활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감성(Sentimental)까지 읽겠다는 게 신한카드의 생각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 같은 솔루션 개발을 진행 중이다. 소비자가 감정을 드러낼 때 주로 나오는 몇 가지 단어를 축으로 문장 전체 맥락을 읽어내면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는 물론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까지 파악할 수 있다. 비슷한 단어를 묶고 의미 없는 단어를 걸러내는 기법으로 전문용어로 '자연어처리법(NLP)'이라 부른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감정의 방향과 깊이를 수치화할 수 있어 소비자의 숨은 의도까지 읽어내는 상담을 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과거에는 상담내용이 녹취록 형태 음성파일로 저장돼 있어 일일이 과거 기록을 살펴보기 힘들었다"며 "문서로 변환한 데이터는 쉽게 가공하고 분석할 수 있어 향후 신상품 개발에 '아이디어 뱅크'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카드사 사업 범위를 제한하는 규제가 풀린 만큼 신사업 발굴 목적으로도 상담내용에서 나온 대화를 십분 활용할 수 있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회사 전체에 빅데이터를 체질화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