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익추구가 아닌 경영상 판단 착오에 의한 회사 손실발생에 대해선 배임죄 면책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나치게 엄격한 배임죄 적용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킨다는 판단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영판단의 원칙에 의한 배임죄 면책 조항을 상법에 명문화해 달라고 법무부에 건의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영판단의 원칙이란 경영자가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갖고 사안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면 예측이 빗나가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헌법재판소는 부실대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저축은행 회장들이 배임죄 관련 조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지난 2월 합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이 기업의 경영상 판단을 존중하며 배임죄 조항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으므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위헌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전경련은 헌재의 합헌 논거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대법원이 일관되게 경영판단의 원칙을 수용하고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명문화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조사 결과 경영판단과 관련된 배임죄 판례 37건 중 실제 경영판단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진 것은 18건에 불과했다. 또 경영판단의 원칙 적용 여부에 따라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엇갈린 판례가 12건이나 됐다.
신석훈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경영실패가 아닌 사익취득을 위한 의도적 행위에만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헌재의 합헌 취지가 유지될 수 있게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해 기업가 정신이 살아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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