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장롱서 잠자는 통장 전화 한통으로 해지
입력 2015-04-17 15:59  | 수정 2015-04-17 19:46
# 직장인 김 모씨(45)는 최근 장롱 서랍을 정리하다 20여 개의 은행 통장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언제 가입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 통장들인데 잔액이 수천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이나 남아 있었다. 은행도 제각기 달랐다. 이번 기회에 통장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김씨는 "은행에 직접 와서 해지해야 한다"는 창구 직원 설명에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김씨는 "업무 시간을 쪼개야 하는데 은행 대여섯 곳을 언제 다녀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부터 김씨와 같은 소비자들이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나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통장을 해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그동안 은행 창구 방문으로만 가능했던 계좌 해지 절차를 전화·인터넷과 같은 비대면 채널로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통장을 정리하기 쉬워질 뿐 아니라 은행들도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이득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무분별하게 발급된 통장을 소비자들이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해지하는 방안을 은행들과 협의를 거쳐 올해 하반기에 시행할 방침"이라고 17일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은행권에 개설된 요구불예금 통장 계좌는 무려 2억2000만개에 달한다. 금융회사 이용자가 대략 4300만명(나이스신용평가정보 신용평가대상 기준)이라고 가정하면 1인당 최소 5개 이상의 요구불예금 통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한 사람당 한두 개를 제외하곤 입출금 거래 내역이 거의 없는 사실상 '휴면 계좌'들이다.
문제는 최근 이 같은 '잠자는 통장'을 노리는 금융사기범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 창구에서 신규 계좌 개설 절차가 강화되자, 기존에 안 쓰는 계좌를 사서 '대포통장'으로 범죄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조치로 장기 미사용 통장이 줄어들면 대포통장으로 활용될 유인도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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