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봄 이사철 달라진 풍속도
입력 2015-04-13 17:08  | 수정 2015-04-14 09:34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삿짐을 나르는 모습. [매경DB]
# "전세난에 바로 들어가 살 아파트를 구한 것만 해도 어디예요. 주말·길일 따지기 전에 이번주 금요일로 이사 날 잡았습니다."
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에 쫓겨 최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전용 84㎡형 기존 아파트를 사들인 최승규 씨(37)는 전세금을 1억원 이상 올려주거나 서울 새 아파트를 사기에는 돈이 모자라던 차에 집을 옮기기로 하고 '손 없는 날'을 따지기보다는 당장 입주할 수 있는 날짜를 고심하고 있다.
올해 3월 결혼해 경기도 김포 인근 전용 59㎡형 소형 아파트를 사들인 박선미 씨(32)는 요즘 '온라인 집들이'를 준비 중이다. 전용 60㎡ 이하인 이른바 10평형대 집을 넓어 보이게 꾸며서 카페 회원, 블로그 이웃들을 초대해 선보이는 게 요즘 20~30대 주부들과 1인 가구들 사이에선 인기다.
전세난 속에 어쩔 수 없이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요즘은 새로운 이사 풍속도가 눈길을 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금요일 이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은 손없는 날을 따진 후 주말을 끼고 이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은행문을 연 금요일날 월차를 내서 이사를 하고 주말 동안 집정리를 하는 게 새로운 양상이 됐다.
"요즘은 대기·보관이사가 적잖게 있어요. 일반 이사 비용보다 많게는 두 배까지 내야 하는데 이전 집주인과 새로 들어가려는 집 사정이 잘 안 맞아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동작구 소재 이사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업계에선 이삿짐을 하루 이상 보관해 주는 것을 '대기 이사·보관 이사'라고 한다. 평소 성수기 봄 이사철보다 이사 문의가 20% 정도 늘었다는 게 이사 업체들의 말이다.

전세난 속에 들어가 살 집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이용해 허위 매물·과장된 가격을 내거는 공인중개업소 대신 직거래 앱을 찾는 사람도 있다. 한국감정원 앱을 이용하면 실거래가와 주변 아파트 시세, 전·월세 동향 등을 중개업소를 이용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투룸 빌라를 알아보고 있는 회사원 전영민 씨(28)는 "주차 가능한 곳이나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지 등등도 검색이 가능하다"며 "공인중개소 말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주택 시장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내 집 꾸미기와 온라인 집들이도 인기다. 대형 건설사가 최신식으로 설계해 지은 아파트를 사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전용 60㎡ 이하 아파트·다세대 주택 등에 살게 된 사람들이 공간을 조금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를 찾다 보니 DIY(Do It yourself)족도 늘었다.
기존 주택에 들어가 살면서 문이나 벽 등 낡은 부분을 페인트 칠을 하는 것만도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면 100만여 원을 내야 하지만 직접 대형마트에 가서 페인트와 롤러, 붓 등 용품을 사서 작업을 하면 15만~20만원 선으로 비용이 줄어든다. DIY족이 늘면서 국내 페인트 업체들의 실내 작업용 페인트 판매량이 최근 2년 새 2배 정도 늘었다는 게 업계의 말이다.
'온라인 집들이'도 한창이다. 최근 자신이 가는 카페 이웃들에게 신도시에 마련한 새집의 인테리어를 사진으로 올려 공개한 이 모씨(30)는 "요즘 신혼집을 구한 사람들 사이에선 이렇게 거실뿐 아니라 안방 등 자기 집을 공개하는 게 유행"이라며 "주로 인테리어 노하우나 소형 주택을 넓게 꾸미는 팁을 서로 보고 배운다"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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