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상업수단으로 전락한 SNS···‘좋아요’ 숫자 인위적 조작
입력 2015-04-13 15:54 

#1.대학생 이재규 씨(27·가명)는 ‘좋아요 수가 10만에 달하는 자동차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그런데 얼마 전 ‘좋아요 수가 10만 가량인 유머 페이지와 서로 게시물 ‘공유를 시작했다. 이 씨는 이렇게 하면 순식간에 10만명의 잠재 독자가 추가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씨의 자동차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방문객은 잡다한 유머·광고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2.대학생 장형우 씨(27·가명)는 자체 생산 게시물은 거의 없이 아예 홍보만을 위해 만든 보조페이지를 8개나 갖고 있다. 이런 보조페이지는 홍보 게시물을 가능한 많은 페이스북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 장씨는 취업 스펙용으로 페이지를 키우는 중”이라며 ‘좋아요만 많으면 그 내용은 잘 살펴보지 않으니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숫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지인들과 일상을 공유하기 위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홍보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 ‘좋아요 숫자만 많은 깡통 페이지를 ‘스펙용으로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페이스북 마케팅 기법에 대한 유료 강의까지 등장할 정도다.

회원 수가 2만명에 육박하는 한 인터넷 카페는 ‘좋아요 수를 늘려줄 상대 파트너(공유파트너)를 찾는 글이 하루 수십 개씩 올라오고 있다. 홍보하기 좋은 대형 페이지를 매매하겠다는 글도 수두룩하다. 당연히 ‘좋아요 수가 많은 페이지가 거래대상이다.
‘좋아요 숫자에 매달리는 것도 결국은 시장에 매물로 나온 페이스북 가격이 ‘좋아요 수와 페이지 성격에 따라 값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시세는 보통 ‘좋아요 곱하기 10원에서 시작해 페이지 성격에 따라 추가금액이 붙는다.
가격책정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노려 시세차익을 얻는 조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페이지를 키워준다는 말에 속아 돈을 지불했으나 ‘좋아요가 80개만 늘거나, 공들여 키운 페이지를 해킹프로그램에 빼앗기는 사기를 당한 사람도 있다.
매매가 되는 페이스북 페이지는 주로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홍보에 쓰이는데, 남성회원 수 비율이 높을수록 스포츠 도박 홍보에 효과적이어서 값도 높게 받는다.
이재규씨는 인터넷 카페를 하다 보면 보다 폐쇄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카카오톡 단체채팅에 초대받기도 한다”며 운영자들이 모여 카페에는 올라오지 않는 홍보전략과 매매정보를 공유한다”고 전했다. 이 씨가 참여했다는 카카오톡 채팅방에는 이미 300여명의 인원이 참여 중이다.
내용 없이 ‘좋아요 수만 높아지는 SNS 환경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최정혁 씨(29·가명)는 과거에는 친구들이 ‘좋아요를 누른 유머 게시물도 꼼꼼히 읽곤 했다. 그 친구의 관심사나 성향이 담겨있기 때문인데 요즘은 아무 맥락 없이 등장하는 게시물을 보는 것이 피곤해 SNS 화면을 대충 훑어보게 된다”고 말했다.
권상희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편법홍보가 만연해 SNS 생태가 왜곡되고 있다”며 편법을 쓰지 않는 홍보의 성과가 저평가 되고, 섣불리 뛰어든 이들이 금전적 손해를 볼 수도 있는 만큼 사회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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