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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고수도 모르는 ‘힐링로드’ BEST 4
입력 2015-04-13 09:58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트레킹 코스. 히말라야 고봉들로 둘러싸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눈덮인 설산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사진제공 = 혜초트레킹]

벌써 4월하고도 중순이다. 새해 초 품었던 목표와 계획이 어디까지 진행됐는가를 떠올리면 마음이 뿌듯하기도, 혹은 계획대로 풀리지 않은 탓에 답답해지는 시기다.
사무실에서, 집에서, 커피숍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어봤자 과연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답답함이 사라질까.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힐링이다. 재충전 시기를 가져야 목표를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결과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힐링 방법 중 으뜸으로 꼽히는 것이 ‘트레킹이다.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답답한 빌딩숲에서 벗어나 푸르른 ‘진짜 숲속을 거닐며 걷다보면 머릿속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풍광만 빼어나다면 최소 ‘본전은 뽑을 수 있는 트레킹. 그 중에서도 좀 더 특별한 코스 몇 군데를 소개한다.


히말라야 트레킹 - 눈부신 설산에서 한계에 도전하다
‘히말라야. 듣기만 해도 트레킹 매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마법의 단어다. 해발 8000m가 넘는 ‘히말라야 14좌 등정은 일반인들에게 불가능에 가깝지만 14좌 베이스캠프를 목표로 한 트레킹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기에 전 세계 트레킹 매니아들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해발 4130m에 달하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베이스캠프 높이만도 5360m에 달하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까지….
능선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길 때마다 히말라야를 찾은 이들에게 알 수 없는 신비감을 선사하는 곳이 히말라야 트레킹이다.
쉬운 코스는 아니다. 고산증으로 정신이 혼미해지고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목적지가 눈앞에 보이지만 한참을 걷다보면 멈춘 시간 속에 홀로 머물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그러나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 이를 뛰어넘는 쾌감을 누릴 수 있기에 오히려 트레킹 매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산병만 조심한다면 눈이 호강하고, 마음이 정화되는 곳이 히말라야 트레킹이다.
히말라야 트레킹 최적의 타이밍으로 꼽히는 시기는 매년 9~10월.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몸을 만들고 여행 계획을 짜면 도심 속에서 볼 수 없는 광활한 자연 풍경과 맑은 공기를 만끽할 수 있다. 칠흑같은 밤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감상한 뒤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롯지 침대에 몸을 누이면 일상 속 스트레스가 절로 사라진다.
천신만고 끝에 원하는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목표를 이루면서 생긴 여유 때문일까. 오르는 길 동안 조급한 마음에 발걸음을 옮기는 것에만 신경쓰면서 ‘알고도 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산길에서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히말라야 트레킹의 매력이다.
내려오다보니 지게에 생필품을 지고 롯지로 운반하는 현지 주민들이 보인다. 이들의 숭고한 헌신 덕분에 여유있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진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몬세라트 - 바위속 수도원에 숨겨진 ‘비밀통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몬세라트 수도원. ‘바위 속 수도원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하늘을 찌를듯한 울퉁불퉁한 암벽 밑에 위치한 수도원에 도착하는 순간 종교에 관계없이 성스러운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단순히 수도원만 둘러보고 오는 것에 그친다면 몬세라트의 진정한 매력을 절반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몬세라트 수도원의 숨은 매력은 인근 바위산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다. 몬세라트 수도원에 설치된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바위산 특유의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이 몬세라트 수도원의 숨은 매력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방법이다.
몬세라트 수도원 인근에는 5개의 산행로가 있다. 짧게는 약 3.2㎞에서 길게는 7.5㎞까지 뻗어있는 트레킹 코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몬세라트 수도원에 아침 이른 시간에 도착해 이곳에서 마지막 기차를 타고 바르셀로나로 이동하는 것이 낫다.
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산트 헤로니로 올라가는 길에는 다양한 기암괴석을 구경할 수 있어 2시간이나 걸리는 만만치 않은 거리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수도원 인근에 조성된 트레킹 코스답게 곳곳에 위치한 마리아, 예수 조각들은 수수하기에 오히려 더욱 운치를 더한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푸르른 들판이 펼쳐진 길이 일반적인 트레킹 코스라면 몬세라트 인근 트레킹 코스는 조금 다르다. 숲이나 나무 대신 황량한 바위산이 이곳을 찾은 이들을 반긴다. 작은 돌을 밟으며 걷다보면 어느새 발바닥에 기분좋은 통증이 몰려온다.
시원한 물 1~2병과 샌드위치 등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간단한 먹을거리를 가방에 넣고 걸음을 옮기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날씨가 아무리 무더워도 높은 지대에 위치한 덕분에 시원스런 바람을 맞으며 걸을 수 있다.
산트 호안 코스를 따라 걷다가 오른쪽으로 난 좁은 오솔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몬세라트 수도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이 있으니 이곳 또한 놓쳐서는 안될 포인트다.

괌 부니 스톰스 - 단돈 2달러로 누리는 최고의 사치
단돈 2달러로 트레킹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수려한 풍광과 에메랄드빛 바다로 전 세계 여행마니아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태평양의 휴양지 괌에서….
서울 도심 커피숍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보다 적은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트레킹. 바로 괌에서 즐길 수 있는 ‘부니 스톰스 트레킹이다. 매주 토요일에만 운영되는데 토요일 오전 9시까지 괌의 수도 하갓냐에 있는 차모로 빌리지 광장으로 가면 된다.
괌까지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4시간 30분 가량 정도 걸리니 비행기를 오래 타야할 걱정도 없다.
괌의 속살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기에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지상낙원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렌터카를 하루 빌리는 데 비용이 30~40달러 정도니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도 부담이 덜하다.
매주 토요일 출발지점인 차모로 빌리지 광장으로 가면 이른 아침부터 제법 많은 이들이 모여있다. ‘2달러 트레킹 코스에 뭐 볼게 있겠냐는 의심이 들 수도 있지만 한 번 다녀온 사람들 모두 200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괌 구석구석에 숨겨진 호수, 동굴, 폭포 등을 돌아다니면 그야말로 웬만한 ‘야생 체험이 부럽지 않다. 원시의 괌 자연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기에 숱한 마니아들을 낳은 코스이기도 하다.
부니 스톰스 트레킹 코스에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시시각각 등장하는 다채로운 풍광과 자연 경관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입에서 감탄사를 연발하며 걷다보면 일상 속 스트레스는 어느새 사라지고 새로운 곳에서만 느껴지는 신선한 경험에 가슴이 설렌다.
정글을 따라 걷는 다이내믹한 하이킹, 서늘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오르내리는 언덕, ‘수정 바닷물 아래 자연스럽게 생겨난 천연 수중 동굴까지….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다채로운 자연 경관에 취해 걷다보면 어느새 하루 해가 저문다.
여기에 투몬만에서 아가나 베이를 지나는 ‘마린 드라이브 코스까지. 트레킹에 짜릿한 드라이브까지 즐기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할슈타트 워젤럼 - 여름에는 트레킹, 겨울에는 스키
헨젤과 그레텔이 다가와 말을 걸을 것 같은 ‘동화 속 마을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고요한 할슈타트는 특유의 신비함 덕분에 유럽 배낭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할슈타트는 호수 이름이다.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에 있는 한적한 호수인 할슈타트는 잘츠카머구트가 품은 70여개의 호수 중 가장 사랑을 받는 호수다.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다보면 남은 일정을 다 취소하고 이곳에 더 머물고 싶은 충동이 생겨난다.
이곳에 숨겨진 ‘힐링 트레킹 코스는 워젤럼(Wurzeralm) 스키장이다.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이용되지만 여름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정상 부근에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정상까지 케이블카로 걸리는 시간은 약 10분 정도. 케이블카에서 내리는 순간 웅장한 산맥을 배경으로 드넓은 목초지가 펼쳐진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살던 곳은 아니겠지만….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과 이름은 모르지만 아름답기로는 으뜸인 다양한 들꽃을 보다보면 ‘하이디가 살았다면 이런 곳이었겠구나는 생각이 떠오른다.
산중턱을 걷는 코스다보니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것도 장점. 풀내음을 맡으며 걷다보면 그동안 마음 속에 응어리졌던 것이 모두 풀어지는 기분이다.
여름에 이곳을 찾기 어렵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겨울에 오면 국내에서는 쉽게 즐기기 어려운 자연설을 누비며 마음껏 스키를 즐길 수 있기 때문. 날씨가 춥든 덥든 고유한 매력을 뽐내는 것이 바로 이곳 워젤럼이다.
[정석환 스포츠레저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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