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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나라 그리스…"섬들의 노래 들어라"
입력 2015-04-13 09:38  | 수정 2015-04-14 10:08

바다, 가을의 따사로움, 빛에 씻긴 섬, 영원한 나신 (裸身) 그리스 위에 투명한 너울처럼 내리는 상쾌한 비, 나는 생각했다 .죽기전에 에게 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 니코스 카잔차키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일부)
요즘 가장 핫한 ‘신들의 나라 그리스. 가을도 아닌 봄에 그리스를 섬까지 여행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다니 ... 갑자기 기자의 운이 좋아지려나 보다. 재미있을 거란 생각에 겁 없이 덤볐다. 배낭여행으로 유명한 유레일그룹에서 ‘아티카 패스란 신기한 놈(?)을 올해 처음으로 내놨다. 그리스의 아름다운 섬들은 물론 이웃나라 이탈리아까지 배로 움직일 수 있는 패스란다. ‘꽃보다 할배의 그리스 투어?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지 마시라. 7박8일동안(이탈리아 이동 일정 제외) 아티카 패스로 좌충우돌 돌아본 속살 그리스 투어니깐.
# 17시간 비행후 그리스 터치다운
그리스까지는 아직 직항이 없다. 터키항공편으로 이스탄불을 경유해 총 17시간이 걸려 아테네에 도착했다.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게다가 화창한 지중해 날씨를 상상하고 왔더니 폭우가 쏟아진다. 비를 뚫고 아테네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오늘이 그리스 독립기념일(3월 25일) 이란다. 중심가는 도로를 막아 볼 수가 없다. 파르테논신전도 오를 수 없단다. 아쉬운 대로 아크로폴리스 박물관과 삼청동 분위기를 풍기는 플라카지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첫 번째 장소는 플라카.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신전들을 올려다 볼 수 있는 신들의 옆동네. 아기자기한 카페와 기념품 가게, 갤러리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끄는 곳. 다음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1층에서는 발밑에 주의하라. 통유리바닥 3~4미터 밑으로 그리스 고대 주거지가 확연히 보인다. 박물관에 가면 꼭 들러야할 곳이 있다, 2층에 전시된 ‘카리아티드 소녀상. 박물관의 상징과 같은 존재. 에레크테이온 신전에서 나온 6개의 소녀상 가운데 5개가 전시되어 있으며, 1개는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4층에 올라가면 통유리 너머로 아크로폴리스 위 파르테논 신전이 한눈에 보인다. 흐린 날씨 탓인지 신전이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밤이 되자 파르테논신전에 조명이 켜진다. 아까와는 딴판으로 별같이 빛난다. 낮보다 밤이 더 어울리는 신전.
#산토리니에서 사하라사막 모래비를 만나다
그리스 둘째날이자 산토리니로 가는 첫날, 아침부터 강행군이다. 피레우스항으로 이동 7시 25분 블루스타페리에 올라탔다. 아티카 패스를 첫 개시했다. 블루스타페리는 바다 위 작은 호텔이였다. 8시간만에 도착한 산토리니. 빛으로 빚은 섬이라는 애칭이 무색한 잿빛이었다. 미니밴으로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숙소까지 가는데 폭우로 사방이 아무것도 안보인다. 숙소 도착 후 간식을 사기 위해 한국서 챙겨온 비옷을 입고 마트까지 뛰어 가본다. 산토리니에서 장대비를 맞다니. 사하라사막서 날아온 모래먼지까지 섞인 흙탕물이다. 한국의 황사를 피해 왔더니 여기서 황사를 만난다. 음료CF(포카리스웨트 광고를 산토리니서 찍음)를 찍기는커녕 흙탕물부터 마시게 됐다
산토리니 2일차, 비가 조금 그쳤다 . 산토리니를 100% 즐기기 위해 차를 렌트했다. 비수기라 닛산소형차가 보험포함 1일 65유로. 차를 몰고 달리다 산토리니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성채마을 ‘피르고스에 도착했다 .중세 요새로 지어졌다는 이곳은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주는 마을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가니 섭지코지를 그대로 닮은 등대가 나타난다. 카마리비치. 고대 티라유적지는 예상치 못한 핫스팟. 하늘 가까이 산정상에 위치한 티라유적지에서 바라본 카마리비치는 가슴이 탁 트이는 장관이었다. 다시 출발. 유채꽃이 만발한 도로를 달리며 ‘행운이 되살아나는 걸까? 라는 상상을 할 무렵 갑자기 차가 멈춘다. 기름이 떨어졌다. 아뿔사 어쩐다 .다행히 100미터 앞에 주유소. 기자일행은 생쇼(?)를 해가며 주유를 마쳤다.

저녁시간에 맞춰 이아마을로 바삐 간다. 피지,코타키나발루와 함께 3대 선셋포인트인 이아마을. 흐리한 날씨에도 그 빛은 죽지 않았다. 이아는 수많은 골목길이다, 이 길에서 잠시 길을 잃어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 곧 저 길이 나타난다. ‘get lost - 만남의 또 다른 이름, 카페, 공방, 주택 ,,, 여행객들은 문이 열린 곳이면 어디나 들어가 옥상에 서서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지중해의 푸른빛 지붕이 그림처럼 렌즈 안으로 빨려든다 , 흐릿한 날씨라고 그 빛이 죽지 않는다 , 모두 다 행복한 표정이다 , 푸른빛 마법!
산토리니 3일째 . 가장 최고의 날씨다. 차를 몰고 이곳 저곳 쏘다닌다. 다시 산토리니의 중심가 피라. 케이블카와 동키(당나귀)를 탈 수 있는 구항구쪽으로 가보았다 , 한 무리의 여행객들이 배에서 내린다 , 무심한 표정으로 기다리는 동키들 , 배에서 내린 관광객을 등에 싣고 힘겹게 580여개의 계단을 오른다 , 계단 곳곳은 동키들의 배설물로 역하다. 엉덩이가 아플 정도로 온몸이 들썩이는 관광객과 엉덩이에서 배설물을 쏟아내는 동키 , 누가 더 괴로울까?
#시간이 느리게 가는 섬 ‘낙소스
다시 페리로 2시간, 낙소스섬에 닿았다. 주신 디오니소스의 고향이자 하루키의 수필집 ‘먼 북소리가 떠오르는 섬. 산토리니가 외지인들에 의해 점령된 섬이라면 낙소스는 조르바같은 순박한 그리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섬이다. 저녁 무렵 페리에서 내리자 마자 왼편을 보니 무언가 반짝이고 있다, 낙소스의 상징 ‘아폴로신전 문이다, 다음날 버스를 타고 제우스산으로 올라갔다. 한참을 가다 대지의 여신 ‘데미테르 신전에 이르렀다. 목초지 한가운데 위치한 이곳은 농사와 수확의 기쁨을 그대로 보여준다. 농업이 발달한 낙소스섬에 딱 어울리는 유적. 산기슭이곳 저곳은 산양,염소들이 주인이다. 가끔은 이 놈들이 겁 없이 도로를 점령해버린다. 운전사는 경적을 울리지 않고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 준다. 급할게 없는 섬사람들. 떠나기 전 아폴로신전 문에서 다프네라는 이름의 꼬마아가씨를 만났다. 아폴로를 피해 월계수로 변한 여인. 그런 다프네를 여기서 우연처럼 만난 것이다. 그 꼬마는 우리가 관광객인 걸 모르는 걸까? 일행중 한명에게 내일 또 봐요” 라며 손을 흔든다. 순박한 섬꼬마.
#다시 아테네로 귀환.
페리를 타고 다시 아테네로 돌아온다. 피곤이 검은 밤처럼 몰려온다.
여행 7일째 .마침내 파르테논 신전에 올랐다. 코발트빛 하늘이 아테네의 마지막 날을 축복해준다. 사람들이 몰려온다. 신전이 다시 붐비기 시작한다. 신전의 입구는 동쪽이다, 태양을 맞이하는 곳. 세계문화 유산 1호, 도리아식 신전의 진수, 수학과 측량술의 완벽한 조화로 이룬 황금비... 파르테논에 관한 수많은 설명과 수사들이 쏟아진다. 빛바랜 노란색 대리석기둥 곳곳에 상아색 대리석이 박혀있다. 여전히 보수공사중. 말로써 수천년의 신화를 설명한다는 것은 어렵다 .신화는 아직도 진행중이기 때문에.... 좌충우돌 나의 그리스여행도 그렇게 끝나질 않을 것 같았다.
※취재협조 : 유레일 그룹(www.eurailgroup.org), 터키항공(www.turkishairline.com)
■ 그리스 여행 팁
1.그릭샐러드·그릭요거트 : 그릭샐러드는 토마토와 치즈가 어울려 맛이 상큼하다. 쫀득쫀득한 그릭요거트는 꿀을 넣어 먹으면 더 맛있다.
2. 봄철 그리스여행 반팔은 금물; 지중해 날씨만 꿈꾸고 여행왔단 얼어죽기 십상. 생각보다 바람이 매섭다.
3.현지 술 먹어보기 : 미토스,알파,레드 동키 등 그리스만의 맥주가 다양하다. 전통술 우조도 색다르다.
[그리스 = 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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