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성완종 회장이 남긴 말말말...그리고 정치권
입력 2015-04-10 16:33  | 수정 2015-04-10 17:56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기 직전 경향신문과 남긴 마지막 인터뷰가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서울 청담동 자택을 나와 평창동 형제봉에 도착한 직후 6시부터 50분간 이뤄진 인터뷰 내용입니다.

"김기춘 전 실장이 2006년 9월 VIP(박근혜 대통령) 모시고 독일 갈 때 10만달러를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 당시 수행비서도 함께 왔었다. 결과적으로 신뢰관계에서 한 일이었다”

"2007년 당시 허태열 본부장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7억원을 서너 차례 나눠서 현금으로 줬다. 돈은 심부름한 사람이 갖고 가고 내가 직접 주었다. 그렇게 경선을 치른 것"

"기업 하는 사람이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말하면 무시할 수 없어 많이 했다"

(허 본부장의 연락을 받고 돈을 줬느냐는 물음) "적은 돈도 아닌데 갖다 주면서 내가 그렇게 할(먼저 주겠다고 할) 사람이 어딨습니까. 다 압니다. (친박계) 메인에서는…"



경향신문 기사의 진위는 따져봐야합니다.

하지만, 기사 인터뷰 내용이 사실이라면 적잖은 파장이 일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성 회장은 자실 전날 기자 회견에서 자신이 박근혜 후보를 위해 열심히 뛰었다고 했습니다.

▶ 인터뷰 : 성완종 / 경남기업 전 회장 (4월 8일)
- "저는 MB맨이 아닙니다. 어떻게 MB정부 피해자가 MB맨 일 수 있겠습니까? 2007년 허태열 의원 소개로 박근혜 후보를 만나 뵙게 됐습니다. 이후 (당시)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습니다. 청와대와 총리실에서 (검찰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의리나 신뢰 속에서 (박근혜) 정권 창출에 참여했었다."

박근혜 후보를 위해 열심히 뛰었다는 말이 재정적 후원을 의미한 것일까요?

일단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런 일 없다. 더 이상 드릴 말이 없다”고 부인했고, 허 전 실장도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그런 일은 모른다.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사실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성 회장은 검찰 소환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여권 관계자와 친박계, 청와대 인사들에게 전방위로 전화해 구명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가운데는 친박계 최고 핵심 실세로 꼽히는 인물도 있다고 합니다.

자살 전날 이 여당 실세에게 전화했고, 밤늦게까지 그의 응답을 기다렸지만, 답이 없어 낙담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성 회장이 청와대나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본 여권 실세들에게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자살 당일 성 회장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지에는 친박계 핵심들의 이름이 나옵니다.

리스트엔 유정복 3억· 홍문종 2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 허태열 7억· 김기춘 10만 달러”로 적혀있는 것으로 채널A는 보도했습니다.

이병기· 이완구”는 이름만 기재됐다습니다.

김기춘 이름 옆엔 2006년 9월 26일”이란 날짜가 적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하나 같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있습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성 회장을 알지만, 모든 게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김기춘 / 청와대 비서실장(녹취)
- "이건 매우 악의적이고 황당무계한 소설입니다. 전혀 사실이 아니예요. 왜냐 그런 일이 없습니다.
뭐. 그저 안면이 있는 정도지요. 나도 국회에서 정치 했으니까. 그거지. 그런 금품을 주고 받을 처지도 아닐뿐만 아니라 나는 친분이 깊은 사람으로부터도 돈을 받는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믿든지 안 믿든지 간에. 너무나 허황한 악의적인 일인데. 이분이 생전에 계시면 가서 참 멱살잡이라도 하고 진실을 밝히겠는데. 이분이 이런 말씀만 하고 이렇게 가버려서 내 결백을 밝힐 방법이 간단치 않네요. 믿거나 안믿거나 그런 사실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성 회장이 인터뷰 한 것 외에 다른 문서로 뭘 남겼다거나 이런걸 통해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는 건 아닌가요?) 그건 뭐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건 모 당국에서 판단할 문제지. 전혀 내가 이런 일이 없기 때문에 그런 근거가 있을리가 없어요.
(2006년 당시에는 VIP모시고 동행하셨었죠?) 갔지요. 현역의원 다른 분 두분하고 또 직원하고. 그런데 기자단들도 다 수행을 했어요. 그러나 간다는 구실로 돈을 나한테 준 일도 없고 내가 받은 일도 없습니다.
너무나 억울해요. 정말 분함을 참을 수 없는데. 저세상으로 간 분이 되니 뭐라고 할 수가 없네요."



홍준표 경남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 역시 관련성을 부인했습니다.

▶ 인터뷰 : 홍준표 / 경남지사 ('빅5' 인터뷰)
- "성완종 메모 관련 내 참 황당합니다. 성완종이라는 사람과는 안면은 있지만은. 개인적으로 만난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쪽지에는 도지사 이름이 거론됐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메모지는 내가 어떻게 말할 수는 없죠. 한 번 정도 만나기는 했을 거에요. 내 기억에는. 한번 생각을 해보면 중앙에서 정치할 때는 내가 당대표 시절에 성완종 회장은 자유선진당 위원이었습니다. 만날 이유가 없죠. 지방에서는 경남지사로 내려왔기 때문에 더 만날 이유가 없죠. 굳이 생각해보면 지난 대선 때 합당을 하지 않았습니까? 합당을 하고 난 뒤 대선 때 경남지사로 그분이 출마를 했었어요. 그때 전국을 돌면서 선거 캠프에도 왔다 가셨을 거에요. 그게 전부입니다. (그때 이후로는 만나신 적이 없으시고요?) 그렇습니다. (그럼 메모지에 이름 거론은 왜?)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안 되죠,억울한 게 아니라 황당합니다."

▶ 인터뷰 : 유정복 / 인천시장 ('빅5' 인터뷰)
- "(성완종 전 회장 메모지에 대해서?) 그거 제가 지금 보도자료 냈어요. 참고하시죠. (대략적으로라도 잠깐이라도) 낸 대로예요. 성완종 전 의원은 제가 19대 들어와서 만난 관계인데 국회의원이니까 당연히 동료 의원으로 지내왔고. 소위 메모와 관련된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만나신 적은 있으신가요?) 동료니까 만난 적 있죠. 당연히. (쪽지에서 3억을 줬다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무근인가요?) 네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보도자료 냈으니 참고하시고요.

성 회장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성 회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성 회장의 말을 액면 다 믿을 수 없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성 회장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검찰이 자원개발비리 의혹을 털다 나오는 게 없자, 다른 쪽으로 딜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이) 자원 쪽을 뒤지다 없으면 그만둬야지, 제 마누라와 아들, 오만 것까지 다 뒤져서 가지치기 해봐도 또 없으니까 또 1조원 분식 얘기를 했다."

"(검찰이) 저거(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랑 제 것(배임·횡령 혐의)을 ‘딜하라고 그러는데, 내가 딜할 게 있어야지요"

"내 하나가 희생됨으로 해서 다른 사람이 더 희생되지 않도록 하려고 말한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 같이 배석했던 성 회장의 변호사는 그런 딜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변론을 맡고 성 전회장과 대화를 나눈 과정에서 '돈 전달' 내용은 듣지 못했다"

"성 전회장과 18시간 같이 배석한 상태로 검찰조사에 임했지만 성 전회장의 폭로와 관련 검찰의 회유나 딜은 없었다"

"검찰조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며 혐의를 부인한 내용은 조서에 남겼다"

지금으로서는 성 회장의 말을 그대로 믿기도, 또 당사자들의 해명을 그대로 믿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검찰이 이 부분에 수사를 시작할 지도 아직은 불투명합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이제 사람들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이 밝혀지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고, 또 이것이 밝혀지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성완종 회장의 죽음과 남긴 말말말, 앞으로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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